박용범 그랑프리 우승…사흘 간 5000만원 벌었다

입력 2015-12-20 2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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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우승.

총성이 울리자 7인의 전사들이 힘차게 페달을 굴렸다. 사이클은 경사진 벨로드롬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선두유도원이 이끄는 경기 초반엔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탐색전을 펼쳤다. 승부는 마지막 한 바퀴 반을 남겨놓은 타종선(백스트레치)부터 시작됐다. 7명의 전사들이 참치떼처럼 한 무리를 지어 달렸다. 승부는 막판 결승선 30여 미터를 남기고 갈렸다. 홈스트레치에서 선행을 주도했던 이명현을 상대로 정종진이 젖히기로 제압에 나서며 간발의 차이로 치고 나갔다. 정종진의 우승으로 마감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중위권에서 달리던 ‘대세 중의 대세’ 박용범은 마크 후 추입을 통해 결승선 코앞에서 번개처럼 치고나와 결승선을 맨 먼저 넘었다. 우승컵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 박용범 그랑프리 품다…사흘 새 5000만원 상금


‘대세’ 박용범(18기·27)이 2인자의 설움을 벗어버리고 ‘2015 경륜왕’에 등극했다.
박용범은 20일 경기 광명시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 주최 ‘2015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 경륜(이하 그랑프리)’ 결승에서 막판 짜릿한 역전으로 챔피언 자리에 우뚝 섰다. 2위는 정종진(20기·28), 3위는 황승호(19기·29)가 차지했다. 박용범은 이날 우승으로 하루에 4200만원을 손에 쥐었다. 18일 열린 예선과 19일 준결승에서 각각 1위를 기록해 순위 상금까지 합하면 그랑프리가 열린 사흘 동안 약 5000만원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올해로 22년째를 맞은 그랑프리는 600여명의 등록 선수 중 상위 랭커 98명만 출전할 수 있는 ‘별들의 잔치’이자, 경륜 최고 권위의 대회다. 대회는 정규 토너먼트 방식으로 사흘간 예선전, 준결승전을 거쳐 올라온 7명의 선수들이 그랑프리 우승컵의 주인을 가렸다. 총상금 1억5000만원이다.

박용범.



● 올 상금 2억3500만원으로 상금왕 등극…“아내에게 영광을”

333.3m의 벨로드롬을 5바퀴(1691m) 도는 이날 결승엔 박용범(김해), 황승호(팔당), 이현구(김해), 김민철(광산), 정종진(계양), 이명현(김해), 유태복(고양) 등 7명이 진출했다. 결승은 박용범, 이현구, 이명현 등 3명이 진출한 김해팀과 황승호 정종진 유태복 등 3명의 수도권팀과의 대결구도였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해팀’의 집안싸움으로 예상됐다. 예상은 적중됐다. 박용범이 우승 테이프를 끊으면서 김해팀의 완승으로 끝났다.

박용범은 올해 46회나 우승한 ‘떠오르는 대세’였다. 작년 그랑프리에서 아깝게 2위, 올 스포츠동아배 준우승에 머무는 등 유독 2위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그랑프리 우승컵을 품에 안아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떠올랐다. 박용범은 이번 그랑프리 우승으로 상금 약 2억3500만원을 돌파하며 올 상금왕을 확정지었다.

박용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 결혼했는데 그랑프리 우승으로 겹경사를 누렸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공을 아내에게 돌리고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랑프리 해설을 맡은 스포츠동아 박정우 해설위원(경륜위너스 예상부장)은 “2인자였던 박용범이 챔피언으로 오르면서 강자다운 면모를 입증한 경주였다. 주무기였던 침착함이 빛을 발했다. 친구인 정종진과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내년엔 박용범, 정종진의 김해팀과 수도권 대결이 가시화되면서 더욱 흥미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광명 l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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