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는 시력을 상실한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녀가 잃어버린 시각 대신 성적(性的) 상상력을 통해 주변의 인물들과 펼치는 치명적 관계를 그려낸 작품. 이 영화는 2011년 칸 영화제 등에서 호평 받으며 전세계 영화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킨 영화 ‘오슬로, 8월 31일’의 각본을 맡았던 에스킬 포크트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창백한 금색 머리칼과 눈썹, 핏기 없는 피부가 아름다움을 내비치는 배우 엘렌 도릿 페터슨이 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되어 새로운 세계로 내던져진 잉그리드로 분해 신경질적이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사한다. 쉽사리 파악할 수 없이 다채로운 잉그리드의 내면은 은밀하기에 더욱 한계가 없는 판타지 속으로 관객을 불러들인다.
시력의 상실과 성적 욕망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명석하고도 감각적인 연출력이 특히 돋보이는 영화 ‘블라인드’는 제64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유럽영화상을, 제30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또한 아테네, 이스탄불 국제영화제 등 전세계 영화제 총 22개 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9개 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공개된 포스터는 매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잉그리드 역의 배우 엘렌 도릿 페터슨이 전라인 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시력을 상실한 인물인 잉그리드가 창 밖을 내다보는 모습은 그녀가 영화 속 자신의 소설에서 서술하는 무한하고 아찔한 성적 상상력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시력을 잃은 여자의 위험한 상상”, “2016년 3월, 당신도 그녀의 이야기에 사로잡힌다”라는 카피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어뜨리고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블라인드’의 관람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앞을 보지 못하게 된 한 여성의 성적 상상력을 그린 문제작 ‘블라인드’는 오는 3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