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꼴데<꼴찌+롯데>’를 지운다…롯데의 살벌했던 시무식

롯데 조원우 신임 감독.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롯데 이창원 대표이사와 조원우 신임 감독이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년 구단 시무식에서 어떤 선언을 할지는 올해 롯데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녔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주위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의 내부비판을 가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절박함이 읽혔다.

이 대표이사는 “롯데는 최고의 인기구단이었다”, “‘최고 인기구단’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지나간 과거가 됐다”는 표현을 썼다. 롯데의 영광은 이제 옛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을 선수단과 프런트에 주문한 것이다. 이어 “우리 구단이 ‘꼴데스럽다’는 비난을 받아온 데는 프런트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으로서 과연 ‘우리 프런트가 타 구단에서 배울 만한 시스템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겸허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팬들이 롯데를 비하하는 표현인 ‘꼴데(꼴찌+롯데를 축약한 조어·야구실력도, 프런트의 일처리에서도 롯데가 꼴찌라는 조롱이 담겨 있다)’라는 어휘까지 주저하지 않은 데서 취임 이후 2015시즌을 겪은 이 대표이사의 실망과 분노의 감정이 드러난다.

2016년 캐치프레이즈인 ‘팀 퍼스트, 팬 퍼스트’ 외에는 어떠한 가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도 엿보였다. 이 대표이사는 “야구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프로야구단으로서 전통과 긍지를 지켜나가자. 팬과 파트너에게 근성 있는 팀플레이와 우승으로 보답하자”고 선수단 전체에 당부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조 감독도 “지난 3년간 롯데는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실패한 시즌이었다”고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이어 “팀이 힘들고, 지고 있는 상황일 때 웃고 장난치는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일갈했다. ‘기본’, ‘집중’, ‘헌신’, ‘예의’ 같은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롯데 선수단에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시무식 직후 만난 조 감독은 “에둘러 표현할까도 했는데 바로 알아듣게 정확히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무식을 통해 롯데의 처절한 현실인식과 지향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윗선은 이렇게 생각이 모아졌다. 이제 관건은 그 의지가 어떻게, 얼마나 아래로 전파되느냐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