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의 이준익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그날의 분위기’의 기획자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사진제공|영화사문
이준익 감독·조철현 작가가 다시 기획
세밀한 감성터치, 전형적 로코와 차별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그날의 분위기’ 안에 사극 ‘사도’를 만든 드림팀이 있다.
14일 개봉하는 유연석과 문채원 주연의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영화사문) 오프닝 크레디트에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이준익 감독과 조철현 작가의 이름이 등장한다. 지난해 600만 관객을 모은 ‘사도’의 연출자와 시나리오 작가이다. 두 영화는 동일한 제작사가 만든 작품이 아닌데도 이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날의 분위기’는 2005년 처음 영화화가 추진됐다. 이 작품의 기획자는 앞서 언급한 이준익 감독과 조철현 작가 그리고 이들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고 ‘평양성’ ‘라디오스타’ 등 작품을 함께 만든 영화사 아침의 고 정승혜 대표다. 당시 ‘매력적인 멜로 시나리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한 여배우가 출연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승혜 대표는 뜻밖의 암 선고로 투병을 시작했다. 제작은 미뤄졌다. 2009년 정 대표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날의 분위기’ 제작 역시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시 고인과 함께 일한 김성철 프로듀서는 작품을 향한 애정과 의지를 버리지 않았고, 몇 년 전 독립해 영화사를 설립해 다시 제작을 추진했다.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김성철 대표는 “그동안 시나리오를 일부 수정했고 표현 수위도 조금 조정했지만 처음 시나리오가 담아내려던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날의 분위기’는 실력 있는 기획자들이 구상한 영화답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노선’이 다르다. 서울발 부산행 기차에서 만난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큰 줄기이지만, 단순한 러브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각자 지닌 상처를 꺼내 보듬고 극복하는 과정을 감성적이면서도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