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발언 수위를 높이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왼쪽)과 SK텔레콤 장동현 사장.
권영수 부회장 “SO지분 소유제한 위배”
SKT “경쟁 의지가 없는 것” 날선 응수
“요금 정부승인사항 인상 못해” 반박도
“서비스 경쟁 의지가 없는 것”(SK텔레콤) VS “땅 안짚고도 쉽게 헤엄치려는 것”(LG유플러스).
연초부터 이동통신사들의 설전이 치열하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추진과 관련해 KT와 LG유플러스가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그동안 관련 발언을 자제해 온 SK텔레콤이 경쟁사의 도발에 응수하며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M&A가 될 경우 설자리가 크게 좁아지는 LG유플러스는 물론 유료방송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KT는 사활을 걸고 반대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이 자극적 발언도 마다하지 않는데다 합병 이후 시장 상황을 전혀 다르게 전망하고 있어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SKT·LGU+ 발언 수위 높여
강력 반대 입장의 LG유플러스는 최근 수위를 높였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LG유플러스를 이끌고 있는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발언을 했다. 그는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법이 확정된 후 M&A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개정될 법에 의하면 이번 M&A는 케이블TV사업자(SO)지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배될 수 있어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하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권 부회장은 또 “SK는 이번 딜로 더욱 편하게 땅 안짚고도 손쉽게 헤엄치려는 것이다. 이런 것은 정부가 규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다음날인 15일 기자브리핑을 갖고 정면 반박했다.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서 타사의 정상적 경영 활동에 대해 아전인수격 해석과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유감을 표명했다. 또 서비스 경쟁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법 개정 중 허가는 안 된다’는 발언에 대해선 통합방송법의 취지를 곡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방송법은 방송법과 IPTV법을 일원·체계화하는 과정으로, 추가 규제 도입 목적이 아닌 시장 변화에 발을 맞추겠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 “요금 비싸질 것” vs “시장 상황 모르는 소리”
두 회사는 전혀 다른 시장 전망을 논리로 내세웠다. 먼저 요금 부분이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유료방송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이용요금이 크게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용역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GUPPI’가 이번 M&A의 경우 30.4%에 달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선 10% 이상이면 요금 인상 요인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현시장 경쟁 및 정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억지로 꿰맞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요금은 정부 승인 사항으로, 지금까지 인상된 적이 없다는 것. 또 최근 케이블TV 가입자의 IPTV 전환 추이를 감안할 때 케이블TV 사업자가 5∼10%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가입자의 대규모 이탈이 분명히 예상되는데 요금을 인상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 시장 점유율 변화 전망도 엇갈려
합병 후 3년 내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결합상품 등 전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LG유플러스의 논리다. SK텔레콤이 경쟁사들을 압살하고 통신시장 전반을 독식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은 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CJ헬로비전의 KT망 알뜰폰 가입자 흡수와 CJ헬로비전 방송권역에서 SK텔레콤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 등으로 49.6% 점유율이 2018년 최대 54.8%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매우 자의적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CJ헬로비전 KT망 알뜰폰 가입자를 SK텔레콤이 흡수하려면 KT망 가입자의 동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단말기·유심칩 교환, 위약금 등 막대한 비용 이슈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합상품 점유율 상승도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가 모두 SK텔레콤 이동전화를 선택하는 등의 비현실적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달 1일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된 승인 신청을 했으며, 정부의 승인 절차는 최대 90일 정도가 소요된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1회 연장이 가능하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