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홈 충돌방지’ 심판 교육현장 직접 가보니

입력 2016-01-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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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원 심판(가운데)이 27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KBO 심판역량 강화교육’에서 홈플레이트 충돌 판정에 대해 심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누가 봐도 아웃인데 홈 막았다고 세이프 줄 수 없잖아요”
올해 처음 도입하는 ‘홈 충돌방지’ 규정 심판들 실전 훈련
KBO ‘심판역량강화 교육’ 첫날부터 심판위원들 열띤 질문
도상훈 심판위원장 “시행착오 줄이기 위해 최선 다할 터”


“홈 충돌이 일어난 순간은 볼데드입니까? 인플레이입니까?”, “누가 봐도 아웃인데 홈플레이트를 막고 서있었다고 세이프를 줄 순 없는 것 아닙니까!”, “주자의 의도치 않은 충돌로 포수가 공을 떨어뜨리면 수비방해를 줘야하는 겁니까?”

2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 챔피언스파크. 심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참가한 KBO 심판위원들은 이날 교육의 핵심사항이었던 ‘홈 충돌방지’ 규정에 대한 질문을 쉼 없이 쏟아냈다. KBO는 소속 심판위원들의 역량 강화교육을 이날부터 29일까지 이곳에서 실시하는데, 실전 훈련에 앞서 이미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홈플레이트 충돌과 관련한 국내외 경기영상 자료를 심판위원들에게 상영하고, 변경된 규정에 대하여 토의하는 시간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처음 도입하는 규정이다 보니 실전 훈련 첫날부터 심판위원들도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KBO는 2016시즌부터 홈플레이트 충돌방지 규정을 도입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포수는 공을 잡기 전까지 주자의 주로를 막으면 안 된다’이다. 앞으로 포수는 공을 잡기 전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의 주로를 막으면 주루방해, 주자는 포수가 잡은 공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충돌하면 수비방해가 선언된다. 홈 충돌방지 규정은 심판합의판정제도(총 2회) 대상에 포함된다.

이날 규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나선 문승훈 심판위원(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가 일어나기 전 포수의 최초 위치와 블로킹할 때 공의 유무”라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각 팀 포수들에게 ‘공을 잡기 전 왼발은 홈플레이트를 반으로 나눴을 때 1루 쪽으로 위치해야 한다. 블로킹은 공을 잡은 뒤에만 가능하다’고 전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접전이거나, 공이 날아오는 방향에 따라 포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판정이 어렵겠지만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구심을 비롯한 누심들이 집중력 있게 지켜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심판위원의 설명이 끝나자 심판위원들은 쉼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상황별 변수가 너무나 많은 규정이다. 정확한 룰을 이해하고, 각 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심판들의 학구열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27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KBO 심판역량 강화교육’에서 심판들이 심판판정에 대해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심판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문 심판위원의 대답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홈 충돌이 일어나면 볼데드를 선언하고 누심들은 그 순간 다른 주자들이 점유한 진루를 인정한다. 단, 포수가 공을 흘렸을 경우 인플레이다. 둘째, 누가 봐도 아웃인 경우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막고 서있는 것은 정상플레이로 본다. 셋째, 주자가 포수를 향해 과격한 슬라이딩을 하거나 포수가 높은 공을 잡기 위해 점프를 했다가 다리를 뒤로 뻗어 주자를 방해하는 등의 비신사적 행위는 제재한다. 넷째, 포수가 홈플레이트 뒤쪽에 위치하거나, 파울라인 바깥쪽에 있을 때 선에 바짝 붙어있지 않았다면 주로를 확보했다고 본다. 송구가 홈으로 달려오는 주자 쪽으로 날아와서 포수가 그 공을 받으러 가다가 주자를 막는 것 역시 정상플레이로 인정한다.

심판위원들은 교육이 끝나고 “이론상으로 쉽지만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면 다를 것”이라며 “홈 플레이는 득점과 연관되기 때문에 더 예민하다. 판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상훈 심판위원장도 “경우의 수가 많은 규정이다. 메이저리그가 홈 충돌 관련 비디오판독을 홈런처럼 무제한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며 “분명히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심판들이 그 폭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교육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영상을 보면서 연구하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판위원들은 이번 역량 강화교육을 통해 올 시즌 처음 도입된 홈 충돌 방지 규정 및 확대된 심판합의판정제도 등 달라진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고, 체력 훈련을 비롯해 피칭머신을 활용한 스트라이크존 볼 판정 훈련과 상황별 포메이션 훈련 등 다양한 기술 훈련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교육은 도상훈 심판위원장을 비롯한 KBO소속 심판 46명 전원이 참가하며, 심판위원들은 국내 교육을 마친 후 2월 4일부터 시범경기 전까지 각 구단의 해외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참가해 달라진 규정을 실전에 적용하고 각 팀 선수단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천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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