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 사진제공|SK
“협회 차원 사전 정지작업 끝난 상태”
이달 20일 회장선거 일정까지 연기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의 대한핸드볼협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핸드볼연합회 통합 회장 선출이 추진되고 있다. 핸드볼계의 한 인사는 28일 “이미 협회 차원에서의 사전 정지작업은 끝난 상태”라고 전했다.
절차상 최 회장의 핸드볼계 복귀에는 제약이 없다. 최 회장은 2008년 핸드볼협회장에 취임했고, 2013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4년 최 회장이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4년 징역형을 받고 구속되면서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이후 한정규 회장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며 핸드볼계에서 SK그룹의 영향력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돼 핸드볼협회장직 수행에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다. 핸드볼인들 사이에서도 연간 80억원에 달하는 SK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든 최 회장에게 자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핸드볼협회는 1월 5일 통합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2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통합 총회 및 통합 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지난해 12월 29일 터진 최 회장의 사생활 스캔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와 관련해 핸드볼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핸드볼계 복귀를 위한) 모든 작업이 끝났는데 일이 터졌다. 여론의 추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회의 성립과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결국 형식적이다. 사실상 발표 시기만 남은 사안이다. 핸드볼계가 ‘최 회장을 위해 일정까지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복귀를 강렬히 바라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SK가 핸드볼협회를 사실상 장악한 뒤 국제경쟁력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남자핸드볼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6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냈다. 28일 벌어진 5·6위 결정전에서 이란에 28-29로 패해 5위까지 주어지는 2017프랑스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마저 놓쳤다. 체계적 인프라 없이 한국핸드볼의 레전드 윤경신 감독에게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다 이 지경에 직면했다.
저변이 돼야 할 리그의 상태도 엉망이다. 코로사가 해체되며 선수들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새 팀을 찾아주지 못하고 있다. 코로사의 재정위기는 2014년 겨울부터 심화된 일이었는데 지금껏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최 회장은 “SK가 핸드볼 생태계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장기 플랜도 짤 수 있다. 무관심 속에서 퇴보를 거듭한 한국핸드볼이 ‘구원투수 최태원’의 등장에 기대를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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