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김영기 총재. 사진제공|KBL
구단들 “5∼10년을 내다보는 제도 필요”
1월 7일(한국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산타크루즈에선 D리그 쇼케이스가 열렸다. D리그는 미국프로농구(NBA)의 하부리그로 다수의 KBL 외국인선수를 배출했다. D리그 모든 팀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쇼케이스는 국내프로농구 각 구단의 필수참관코스다. 대부분의 구단이 전력분석원 또는 국제업무 담당자를 파견했다. 다음 시즌 외국인선수 정보 수집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은 선수 보는 기준을 세우는 데 적잖게 애를 먹었다. 프로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KBL이 다음 시즌 단신 외국인선수(193cm 이하)의 신장 제한을 더 낮추려고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기 때문이다.
● 단신 193cm 이하, 일단 ‘기존 방침 유지’
이 소문의 진원지는 KBL이었다. KBL은 올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신장 제한을 장·단신으로 구분했다. NBA 슈퍼스타 스티븐 커리(골든스테이트)와 같은 테크니션 영입을 장려하기 위한 김영기(81) KBL 총재의 뜻이 담긴 제도 변화였다. 그러나 김 총재의 의도와 달리 커스버트 빅터(모비스), 웬델 맥키네스(동부) 같은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주류를 이뤘다. 테크니션은 조 잭슨(오리온), 안드레 에밋(KCC) 정도만 살아남았다. 이에 ‘김 총재가 신장 제한을 더 낮추고자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틀린 소문은 아니었다, 김 총재는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2017∼2018시즌에는 기준을 188cm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다. 소문을 접한 각 구단의 반발이 강했다. A구단 단장은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또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오히려 리그의 격을 떨어트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L도 이에 동의했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작년에 바꾼 제도를 또 바꾸기에는 부담이 있다. 더 기술 있는 선수들이 들어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일단 다음 시즌은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외국인선수제도, 장기적 계획 필수
외국인선수제도는 KBL 출범 이후 가장 자주 바뀐 제도다. 총재가 바뀔 때마다 바뀌다시피 했다. 전 세계 프로리그 중 외국인선수 변화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국내프로농구다. 2017년 프로농구 출범 20주년을 앞둔 만큼, 정착된 제도가 필요하다.
각 구단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외국인선수제도 정착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B구단 사무국장은 “한 리그의 제도가 개인의 의사에 따라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제도는 얼마가지 않아 또 바뀔 것이다. 이번에는 향후 5∼10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 각 구단의 생각이다”고 전했다. C구단 사무국장도 “전에는 각 구단의 입장만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다르게 가고 있다. KBL의 흥행과 발전을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