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총선을 앞두고 현역 정치인은 물론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많은 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언론은 총선에 앞선 정치권의 다양한 흐름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전망하는 기사로 넘쳐난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에 대한 우려도 많다.
연예인들의 발걸음도 바쁘다. 각기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물론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 역시 유세의 마당으로 달려가곤 한다. 나아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연예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역을 제외한 그 대표적인 스타가 코미디언 이주일이다.
본명인 정주일의 이름으로 제14대 국회의원(경기 구리)이 된 이주일(사진)이 1996년 오늘,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 은퇴의 뜻을 밝혔다. 당시 신한국당 소속이었던 이주일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에 대한 회의와 가족의 만류로 15대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유명한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는 말을 남겼다. 이주일은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코미디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며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매달 들어간 적지 않은 지구당 관리비를 “차라리 소년소녀가장 돕기 같은 일에 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는 말도 했다. 이후 그는 다시 연예활동에 복귀했다.
이주일은 자신이 만들어낸 유행어 “뭔가 보여드리겠다”면서 1992년 통일국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이주일과 함께 이순재와 최불암(최영한)도 국회의원이 됐다. 통일국민당은 그해 1월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앞장서 창당한 정당으로, 이주일과 정 회장의 인연은 정치로까지 이어졌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코미디 황제’로 불린 이주일은 15대 총선 불출마 의지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코미디에 빗대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미 14대 총선이 끝난 뒤 1년여가 지나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번복하기도 한 그였다.
자신이 겪은 정치의 경험상 실망감을 드러낸 이주일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 역시 현실정치(인)를 비웃는다. 정치는 모든 이들의 일상을, 과장하자면, 규정한다. 그래서 여전히 정치에 대한 관심을 쉽게 버려선 안 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터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