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KOVO, ‘호크 아이’ 도입 검토…말 많은 ‘인&아웃 판정’ 해결한다

입력 2016-02-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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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비디오 판독관이라면 어떻게 판정을 내릴 것인가. 같은 위치에 배구공을 놓고 4개의 방향에서 사진을 찍었다. 현재 V리그의 판정 기준에 따르면 사진 1·2번은 인, 3번은 아웃이고 4번은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해 다른 영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김형실 KOVO 경기운영위원장의 설명이다. 사진 5번은 테니스의 ‘호크 아이’로 판독한 인&아웃 여부. 스포츠동아DB·사진 제공|KOVO

비디오판독 화면 각도따라 판정 엇갈려
‘호크 아이’ 영상 분석 계산…변수는 비용

한국배구연맹(KOVO) 김형실 경기운영위원장과 김건태 심판위원장은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V리그에서 실시되는 비디오판독 가운데 공의 인&아웃 여부를 사진으로 확인해봤다. KOVO 사무실에서 배구 코트를 가정해 흰색 테두리를 두른 초록색 판 가장자리에 배구공이 물리도록 올려놓고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영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비교했다. 첫 번째 사진은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은 옆에서, 세 번째 사진은 코트 안에서 바깥 방향으로, 네 번째 사진은 공의 뒤에서 각각 찍었다. 같은 위치였으니까 판정은 같아야 했다.

그러나 V리그의 비디오판독 기준(TV중계 화면에 나타나는 그림을 기준으로 판단)으로 하면 문제가 생겼다. 사진 1·2번은 인이었지만, 사진 3번은 아웃으로 보였다. 화면상으로 바닥과 공 사이에 흰색 테두리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4번 사진은 비디오판독이 불가능한 영상이다. 이 때는 다른 화면을 달라고 판독관이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배구의 신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인&아웃 판정


같은 위치의 공이지만 이처럼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른 판정이 나오는 현실은 여러 문제를 만들었다. 최근 어느 구단은 인&아웃 판정을 놓고 KOVO에 항의 공문을 접수했다. “왜 선심의 판정과 비디오판독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김형실 위원장은 요즘 경기장에 갈 때마다 방송사 캐스터와 해설위원에게 4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카메라 위치에 따른 판정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선심은 시속 100km가 넘는 빠른 공을 코트의 모서리에서 직선으로 바라보면서 판정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공이 어디에 닿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보는 위치에 따라 비디오판독에 나오는 영상과 다를 여지도 많다. 선심의 판정과 비디오판독 사이에 가끔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것을 시청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설명해달라고 김 위원장은 부탁하고 있다.

올 시즌 인&아웃 판정에 말이 많은 것은 규칙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공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결정됐는데, 올 시즌부터는 공의 일부분이 라인에 걸치기만 해도 인으로 판정되면서 복잡해졌다. 김 위원장은 “같은 상황인데도 각도에 따라 이처럼 달리 보인다. 감독들은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프런트는 그렇지 못하다. 각 구단 사무국장을 모아놓고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대의 초고속 카메라를 코트의 모서리를 중심으로 설치해 더욱 명확한 화면을 찾아내면 되겠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만일 V리그가 한 경기장에서만 계속 열린다면 한 번 설치한 시설을 시즌 끝까지 이용하는 만큼 설치비가 줄어들겠지만, V리그는 경기장을 옮겨가면서 펼쳐진다. 더욱이 비디오판독용 화면은 방송사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KOVO가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 ‘호크 아이’ 도입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KOVO

KOVO는 한층 정확한 인&아웃 판정을 위해 V리그를 중계하는 KBSN스포츠와 SBS스포츠에 수억원을 지불했다. 스포츠토토의 지원금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허락을 받았다. 방송사는 이 돈으로 판독용 방송장비를 구입했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하고도 문제점이 또 나오자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호크 아이’ 같은 판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를 방송사에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호크 아이’는 공의 위치와 궤도를 추적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말한다. 테니스, 크리켓, 미식축구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경기장 내 다양한 곳에 설치된 초고속 카메라가 제공하는 영상과 타이밍 정보를 종합해 공의 궤도를 추적한다.

테니스의 경우 10대의 카메라가 동원된다. 카메라에서 전달되는 영상을 분석해 3차원 상에서 공의 위치를 계산해 궤도를 구성하는데, 판정 때 보여주는 화면은 그래픽이다. 실제 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그래픽으로 최종판정을 내리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를 없애는 장점도 있다. KOVO는 지금보다 더 정확하고, 관중과 시청자들이 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인&아웃 판정 시스템을 찾고 있다. ‘호크 아이’도 있고,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역시 변수는 비용이다. 한 경기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했을 때 얼마가 드는지 파악해야 하고, 배구만의 판독 시스템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확인해야 한다. 만일 스포츠토토의 지원금이나 KOVO의 예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이사회에 정식안건으로 올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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