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를 든든하게 이끌고 있는 개그맨 유민상. 그의 올해 ‘숙원사업’은 일이 아닌 “결혼”이다. 스포츠동아DB
어느덧 중견…개콘 위기 극복 사명감
때 되면 물러나는게 후배들 위한 배려
언젠가 유재석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개콘’ 없는 내 인생, 생각해본 적 없다.”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유민상(37)은 어느덧 KBS 2TV ‘개그콘서트’의 ‘중견’이 됐다. 함께 활동 중인 선배 중에는 13기 박성호, 14기 김준호, 19기 안상태 등이 있으며 가장 후배가 2015년 공채 30기다.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졌지만 “썩 좋지 않다”고 한다. 연차에 어울리는 역할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이 막중하고,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근래 자주하게 됐다.
유민상은 “실험적인 코너를 만들면 주변에서 ‘후배들에게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사실 저는 돋보이지 않아도 되는데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래도 유민상인데 시청자가 기대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자신을 향한 주위의 반응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시청자의 부담을 느끼기도 전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리곤 한다. 이는 후배들과 함께 현재 ‘개콘’의 위기상황을 이겨내려는 사명감으로 이어진다. 유민상도 “한창 때 ‘개콘’과 지금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인정했다.
“과거에도 ‘개콘’이 힘든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미없다’는 반응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다. 동요하면 분위기가 침울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지 방송사와 제작진 모두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유민상에게 “시청자는 무서운 존재”다. ‘센’ 개그를 하면 하는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초등학생 개그 같다”고 비난을 받는다. 이제는 “바보 캐릭터 개그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세상의 흐름이니 우리가 맞춰 가야 하는 숙제”라고 했다.
“대중이 재미없어 하고, 코미디프로그램을 보고 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날도 오지 않을까. 그나마 예능프로그램에서 ‘먹방’이 대세라 저는 다행이지만, 하하! 개그맨으로서 웃음을 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개그맨 유민상. 스포츠동아DB
유민상은 ‘개콘’에서 인기를 얻은 후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 ‘이탈’이라고 말하는 것을 다르게 바라본다. 자신과 같은 선배들이 “나가줘야” 후배들이 설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매년 공채로 15명 이상을 뽑는데 나가는 사람은 10명 이상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바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개콘’이지 않냐”며 “후배들에게 농담으로 ‘죽을 때까지 할 것’이라고 하지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민상이 생각하는 ‘그때’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다. 8기 유재석이 ‘개콘’ 500회 때 후배들에게 컴퓨터를 선물한 것을 떠올린다. 물질적인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자신도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유재석과 같은 선배가 되고 싶은 꿈이다. 그리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빵빵’ 터지는 웃음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유민상의 또 다른 “숙원사업”은 결혼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 그냥 일과 사랑하는 중이라고 해두죠”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