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라미란 “‘응팔’은 인생작…이젠 ‘치타여사’로 불려”

입력 2016-02-08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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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라미란 “‘응팔’은 인생작…이젠 ‘치타여사’로 불려”

tvN '응답하라 1988'이 전 세대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까닭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일관되게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스토리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던 중년 배우들의 활약이 빛을 발했고 이들은 어느 동네에나 있을법한 정겨운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안방을 찾았다. 배우 라미란 역시 그렇게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응팔' 촬영 전에 신원호 감독이 하도 엄살을 부리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번 시리즈는 망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가 계속될수록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저에게도 '응팔'은 인생작이 됐죠."

이 작품에서 라미란은 서울 쌍문동 봉황당 골목의 치타 여사가 됐다. 뽀글 파마 머리에 사시사철 호피무늬 의상을 고수하는 이 개성 넘치는 '정봉이 엄마'는 갱년기에 좌절하는 중년 여인에서 정봉과 정환 두 아들을 아끼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촬영을 하는 내내 정환(류준열)이가 진짜 아들처럼 느껴졌어요. 처음 만났을 때도 저와 많이 닮아있어서 '외탁했구나'라고 말을 하기도 했죠. 그리고 정환이가 어떤 일이 있어도 제게 말을 안할 때는 진짜 서운했어요. 후반부에 가서는 애가 자꾸 사천으로 내려가니까 더 짠했죠."

라미란은 '응팔'에서 성균네 가족의 어머니인 동시에 '쌍문동 태티서'의 리더이기도 했다. 서로 가정사를 공유하고 반찬까지 나눠먹는 쌍문동 봉황당 골목의 공동체 의식은 라미란을 필두로 한 '쌍문동 태티서'의 남다른 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일화 선배님과 김선영 씨와는 촬영하면서 점점 사이가 돈독해졌어요. 드라마에서도 평상 위에서 수다 떠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그래서 감독님도 '이 케미도 좋아야 한다'고 강조를
많이 했었죠.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 부분도 있죠."


이런 끈끈함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전국 노래자랑 에피소드다. 이들은 형형색색의 한복에 진한 화장까지 곁들이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만취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더해 라미란은 극중 5년 뒤 설욕을 다짐하며 혼자 전국 노래자랑에 출전해 입반주와 댄스까지 보여주며 남다른 끼를 발산했다. 이 부분이야말로 '치타 여사'의 매력이 가장 극대화 된 지점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많은 분들이 '막돼먹은 영애 씨'의라 과장으로 많이 알아봐주셨다면 지금은 치타 여사라고 불러주곤 하세요. 가끔 세수도 안하고 동네 마트에 가면 뒤에서 '정봉이 엄마'라고 불러주시기도 해요. 정말 요새는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이런 날이 또 언제 올지 몰라 한동안 누려보겠다"는 라미란이지만 그는 이미 차기작을 확정 짓고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스크린에서 드라마까지 뛰어다니며 활약한 라미란이지만 여전히 그가 보여줄 모습은 무궁무진하다. 본인 스스로도 "아줌마 연기를 하나 하더라도 다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때로는 너무 많은 작품에 나와서 질려하시진 않을까 걱정도 돼요. 하지만 배우라면 작품으로 팬을 만나야죠. '응팔'이 정말 잘되서 부담감도 있고 다음 작품 속 캐릭터가 치타 여사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작품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할거예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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