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프로듀스 101’ ③] 알고도 속아줄 때는 성의라도 보여야

입력 2016-02-24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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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한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것이다.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을 둘러싼 이야기다.

'프로듀스 101'은 지난 1월 22일 첫 전파를 타기 전부터 방송가와 가요계에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걸그룹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 101명을 차출해 순위를 매기고 상위권 멤버들만 따로 선발해 활동시킨다는 방식 자체 부터가 논란이 됐다.

이런 가운데 기존에 걸그룹으로 데뷔했다가 일시적으로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와 도전하는 멤버, 이미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얼굴과 이름을 알린 멤버 등이 가세하면서 이미 우승이 정해진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프로듀스 101'은 뚝심있게 자사의 음악 프로그램인 '엠카운트다운'에 98명의 출연진을 공개했다. 피라미드 형태의 무대 안에 옹기종기 모인 101명의 소녀들이 펼칠 피 튀기는 전쟁을 알린 것이다.

이후 '프로듀스 101'은 화면에 나온 연습생의 이름을 자막으로 잘못 내보내는 등 무성의한 편집으로 혼란을 초래했다. 여기에 인지도 있는 기획사 소속의 연습생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중소 기획사 소속 연습생에게도 본래의 취지는 이미 증발한지 오래다.

이처럼 방송분만으로도 진정성과 공정성 여부를 의심받는 가운데 최근 연습생과 Mnet 간에 맺어진 계약서 중 일부 내용이 유출돼 다시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는 연습생이 최종멤버로 발탁될 경우 해당 기획사는 이 연습생에 대한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권한을 CJ E&M에 위탁하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연습생과 기획사는 제작진의 편집을 통해 벌어지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민, 형사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CJ E&M 측은 해당 계약서가 범용 표준 계약서임을 강조하면서 "방송사가 보호 받아야 할 편집권과 대외비인 방송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을 우려해 넣은 조항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대중은 없다. 이미 각 회사의 연습생들을 101명이나 차출해낸 시점부터 CJ E&M은 자신들이 문화계의 '슈퍼 갑(甲)'임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소녀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슈퍼 갑이 기껏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멍석을 깔아줬다는 말을 과연 누가 믿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스 101' 시청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해주는 팬들은 제작진의 이런 해명에 '알면서도 속아주고' 있다. 부디 팬들의 이런 눈물 겨운 성의를 봐서라도 프로그램 제작진이 '적어도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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