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이 서병수 부산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3일 BIFF 측은 “지난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도대체 누구의 영화제입니까?’라고 묻고 ‘부산시민의 영화제’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민의 영화제’ 맞다. 그러나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민만의 영화제’가 아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온 ‘국민의 영화제’이고, 전 ‘세계인의 영화제’”라고 말했다.
이어 “유네스코에서 부산을 영화창의도시로 지정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런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만의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이 공유하고 가꿔 나가야할 문화자산이라고 전 세계에 선언한 것”이라며 “이런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성과 부산시민의 자긍심에 큰 상처가 난 발단과 원인이 부산시에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이 다 아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를 마치 영화인들이 불순한 의도로 무슨 일을 꾸미기라도 하는 양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부산국제영화제가 혹시 ‘부산시장의 영화제’라고 착각하고 계신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병수 시장은 이미 지난 2월 26일로 임기가 만료된 ‘집행위원장 한명’을 거론하며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한 대다수 총회원들의 총의가 불순하다고 주장하는데 번지수가 틀렸다.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한 총회원들은 특정인의 거취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고,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서병수 ‘조직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시작 후 20년 동안 단 한번도 소집한 적이 없는 ‘임원회’를 3월 8일에 소집했다. 그 저의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며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를 했으면, 정기총회에서 정관개정 하는 후속조치가 당연히 뒤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정관을 개정해야 마무리 되는 일이다. 하루 속히 임시총회를 열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고, 새 정관에 따라 조직을 정비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서병수 부산시장께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입장 전문>
부산국제영화제 현안에 대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기자회견에 답합니다
어제(3월 2일) 서병수 부산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도대체 누구의 영화제입니까?’라고 묻고, ‘부산시민의 영화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맞습니다. ‘부산시민의 영화제’가 맞습니다. 그러나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민만의 영화제’가 아닙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온 ‘국민의 영화제’이고, 전 ‘세계인의 영화제’입니다.
먼저, 자문위원 위촉에 관해 말씀드립니다.
‘총회 개최 직전에 기습적으로 위촉해서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답합니다. 신규로 위촉한 자문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각계의 의견을 들어 후보를 정한 후 일일이 개인 의사를 직접 확인해 위촉수락서를 받았으며, 사무국 내부 결재를 통해 2016년 2월 12일자로 위촉했습니다.
이어 2월 15일에는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부산시 이병석 문화관광국장에게 자문위원 위촉 사실을 통지했고, 2월 19일에는 새로 위촉한 자문위원 명단까지 부산시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2월 25일 열린 정기총회장에서 ‘안건 심의·의결’에 앞서 ‘보고사항’(①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과보고, ②조직위원회 당연직 임원 변경 및 자문위원 위촉 보고, ③집행위원회 부집행위원장, 집행위원, 자문위원 위촉 보고)으로 공표한 내용입니다.
정해진 절차를 차례로 모두 거쳐 이뤄진 위촉인데 이것이 ‘기습적’이어서 안 된다는 것은 엉뚱한 트집잡기입니다. 아시다시피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꾸준히 시의 압박을 받아왔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협받아 왔습니다. 자문위원을 대폭 늘린 것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시의 간섭에 시달리던 부산국제영화제를 민간 사단법인에 맞게 운영하자면 더 많은 영화인과 문화예술계 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민간 자율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민간 자율을 인정 않겠다는 말이 다름 아닙니다.
다음은, 신규 위촉 자문위원 효력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산시는 ‘사무관리규정’의 위임 전결 관련 조항을 근거로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의 지시 받지 않고 자문위원을 위촉한 것은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자문위원 위촉은 ‘사무관리규정’보다 상위 규정인 ‘정관’(제28조, 제35조)에 집행위원장의 ‘권한’임을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자문위원 위촉은 조직위원장(부산시장)이 포괄적으로 집행위원장에게 위임한 전결사항이 아니라, 정관에 명시적으로 보장된 집행위원장 ‘권한’입니다. 정관의 관련 조항은 이렇습니다.
※「정관」 제28조(임원회의 자문위원) ②자문위원은 영화관련 전문가들 중에서 집행위원장이 위촉하며 위촉기간은 3년으로 하고 재위촉할 수 있다.
※「정관」제35조(집행위원회의 자문위원) ②자문위원은 언론계, 교육계, 재계, 예술계, 사회단체 등 각계의 인사 중에서 집행위원장이 위촉하며 위촉기간은 3년으로 하고 재위촉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는 민법을 따르는 민간 사단법인입니다. 정관은 사단법인의 자치규범이고, 회원 자격의 취득과 상실은 정관에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정관에 따르면 자문위원 위촉에 조직위원장이나 총회의 승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부산시의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또하나 중요한 점은, 지난 20년간 자문위원 위촉은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집행위원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이루어졌고, 자문위원을 위촉할 때 단 한번도 조직위원장의 결재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은, 신규 자문위원의 자격과 편향성을 지적한 것에 대한 말씀입니다.
먼저, 자문위원 수를 늘인 것은 까닭이 있습니다. 그동안 기존의 일부 자문위원들의 역할이 미약한 점을 보완하고, ‘부산의 문화 예술계, 시민 사회계, 한국 영화계 전반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입! 니다. 게다가 서병수 부산시장이 스스로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해 놓고, 집행위원회가 자율성 보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서병수 시장은,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들을 특정인을 비호하는 세력, ‘수도권 일부 영화인’이라고 단정하고 ‘영화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적도 없는...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새로 위촉한 자문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바닥에서 하나같이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어 온 분들입니다.
감독 최동훈, 류승완, 변영주, 정윤철, 김대승, 이미연, 방은진, 배우 유지태, 하정우, 제작자 오정완, 이준동, 최재원, 김조광수 등을 비롯,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강소원, 김대황, 김영조, 김현수, 김휘, 김희진, 박인호, 정성욱, 최용석 등의 영화인들이 ‘기여한 적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누가 자문위원 자격이 있는지, 그 자격 유무를 무슨 근거로 판별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신규 위촉한 자문위원이 대부분 ‘수도권 일부 영화인’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신규 위촉 자문위원 명단을 보면 부산지역인사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분이 40%가량 됩니다. 결코 편중되지 않았습니다.
총회원의 ‘지역’을 굳이 분류 하자면, 신규 자문위원을 위촉하기 이전 총회원 비율이 부산이 62%, 비부산이 38%였고, 신규 위촉한 자문위원을 포함해도 부산 57%, 비부산 43%로 전체적인 균형을 크게 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산시가 부산과 수도권을 언급하며 지역 감정을 조장하고, 특정 세력이니 어쩌니 편가르기를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부산시의 이런 행태는, 그동안 파란을 겪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수렴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산시민을 비롯한 온 국민과 영화인, 수백만 관객과 전 세계 영화인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임시총회 소집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정관에 총회원 1/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직위원장(부산시장)에게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난 정기총회에서 106명의 동의를 받아 임시총회 소집요구서를 조직위원장에게 직접 제출했습니다. 부산시는, 신규로 자문위원을 다수 위촉하고 이들로부터 소집요구 동의를 받아서 임시총회 소집요구를 했으니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한 총회원 중 신규 자문위원을 위촉하기 이전 기존 총회원 중에서도 40명이나 임시총회 소집요구에 동의했습니다. 이는 신규로 자문위원을 위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재적회원(84명)의 1/3을 훨씬 넘어 과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기존 회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신규로 위촉한 다수 자문위원들의 임시총회 소집요구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입니다.
또, 정기총회장에서 조직위원장에게 직접 임시총회소집요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할 뜻이 없음을 역설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임시총회소집요구 효력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 없고, 정기총회 회의록과 현장 촬영기록을 확인하면 됩니다. 정관에 따르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면 조직위원장은 20일 안에 총회를 열어야 합니다. 조직위원장이 소집을 거부하면 소집 요구자들이 직접 임시총회를 열면 됩니다. 정관에 정한 절차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부산시에서 언급하는 정관 개정 방향도 서병수 시장이 애초 공언한 취지와는 딴판이라 그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병수 시장은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민간이양’을 강조했습니다. 그후 부산시 관계자들은 ‘집행위원장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대다수 총회원은 물론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하고 성원원하는 부산시민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뜻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의 산하기관이나 산하단체가 아닙니다. 정관상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부산시가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감독’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용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관건인 국제영화제 운영에 20년 전에 만들어진 이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습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지난 2월 18일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고 민간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서병수 시장은 이미 지난 2월 26일로 임기가 만료된 ‘집행위원장 한명’을 거론하며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한 대다수 총회원들의 총의가 불순하다고 주장합니다. 번지수가 틀렸습니다.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한 총회원들은 특정인의 거취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고,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자는 것입니다.
서병수 ‘조직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시작 후 20년동안 단 한번도 소집한 적이 없는 ‘임원회’를 3월 8일에 소집했습니다. 그 저의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습니다.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를 했으면, 정기총회에서 정관개정 하는 후속조치가 당연히 뒤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정관을 개정해야 마무리 되는 일입니다. 하루 속히 임시총회를 열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고, 새 정관에 따라 조직을 정비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서병수 부산시장께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동아닷컴 김미혜 기자 roseli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