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형진이 말하는 ‘연기 그리고 사랑’

입력 2016-03-07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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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그널엔터테인먼트

연애, 결혼과 관련된 상담을 배우 공형진(47)에게 받아야할 것 같다.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 민태석으로 분한 공형진은 파국으로 치닫는 캐릭터의 드라마틱한 설정 때문에 인물을 완벽히 이해하고 연기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애인있어요’가 말하고자한 사랑만큼은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60분 인터뷰 중 무려 15분을 ‘어른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민태석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죠. 드라마틱한 전개 위한 극적 장치였어요. 하지만 저는 연기자고 허구인 민태석을 시청자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었죠. 솔직히 민태석을 70% 정도 이해한 거 같아요. 처음에 최문석 감독이 ‘묻지도 따지지 않고 악역’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최 감독님과 저는 SBS 공채 1기 동기거든요. ‘형이 당연히 나 이상한 거 안 시키겠지’라는 믿음이 있었고 출연을 확정한 후 시놉시스를 봤어요. 시놉시스를 보니 심장이 묘하게 뜨거워지더라고요. 26년 동안 연기하면서 귀여운 악역은 해봤지만 이렇게 대놓고 악역은 처음이었거든요. 기승전악역.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어요.”

사진제공=씨그널엔터테인먼트

민태석의 아내 최진리(백지원)는 남편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다. 공형진은 “실제 내 아내와 나의 관계도 민태석, 최진리와 비슷하다”고 아내와 합의(?)되지 않은 듯한 말을 꺼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결혼 생활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걸 안 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올해 결혼한 지 20년째예요. 아내는 지금도 ‘나는 다시 태어나도 오빠를 꼭 찾을 거야’라고 말한다니까요. 저는 ‘제발 그러지 마라’고 하죠. (웃음) 냉정하게 말해 저는 천생연분이 없다고 봐요. 부부관계는 배려에서 시작되거든요.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제 부모님은 아직도 손잡고 산책하실 정도로 금슬이 좋으세요. 저는 그런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당연히 결혼하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결혼이라는 건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가정과 가정이 얽히는 문제가 70% 이상 자치해요. 부부 싸움할 때는 정말 눈에 보이는 것도 싫어요. 그런데도 가장 측은한 사람이 배우자라는 게 신기하죠. 최진언(지진희)이 ‘도해강(김현주) 좀 내 눈앞에서 치워주세요’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잖아요. 관심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거든요. 무관심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형벌이고 무관심에는 감정이 없어요.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건 사랑이 남아있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그 사람이 내 바람대로 되길 바라는 거예요. 그래서 남녀 관계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서 배려가 핵심인거죠.”

사진제공=씨그널엔터테인먼트

관계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서일까? 공형진은 연예계 대표 마당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공형진은 호사가들이 즐길 법한 연예정보프로그램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진행자로도 활약 중이다. 동료 연예인들에게 미안해지는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공형진은 “당연히 부담스럽다”며 프로그램 속 자신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풍문쇼’의 경우 동료나 같은 계통 사람들 이야기를 필연적으로 해야 할 때가 있어요. 좋은 일이면 크게 몇 번이고 말하겠지만 안 좋은 상황을 이야기해야하는 때도 있죠. 저는 늘 제작진에게 제안합니다. ‘초미의 관심사여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 하자. 하지만 목적이 명확해야하고 이야기 끝에는 휴머니티가 있어야 한다’고요. 당연히 부담스러운 자리고요. 늘 주제를 되새기고 좋은 의미의 주제가 있기를 바라면서 진행합니다. ‘풍문쇼’에는 연예인 패널과 기자들이 함께 출연해요. 저는 어떤 주제를 결정하는 역할이 아닌 패널과 기자들이 준비한 정보들을 정리하는 사람이죠. ‘아니면 말고’ 식의 진행은 절대 안 됩니다. 제가 저한테 한 약속이에요.”

사진제공=씨그널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정극이면 정극, 예능이면 예능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공형진은 후배 연기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지금도 연기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발전된 '배우 공형진'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연기를 가르친다’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봐요. 저도 연기자지만 연기는 굉장히 객관적으로 자신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고 누군가가 가르친다고 잘하는 분야도 아니거든요. 체득해야해요. 제 아들도 연기자를 지망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만약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해도 최대한 안 해줄 거고요. 지금도 저는 연기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연기가 수학적인 수치대로 쌓이는 분야라면 어린 배우들은 다 저보다 연기를 못해야죠. 근데 아니잖아요. 다만 저는 선배이기 때문에 후배들보다 잘 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떨지 않는 것. 어떤 상황이라도 후배들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있죠. 선배니까요. 경험이 많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왔잖아요. 선배와 선생은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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