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회장 불명예 퇴진…아마추어야구 어디로?

입력 2016-03-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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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스포츠동아DB

업무추진비 과다사용 등으로 10개월만에 퇴진
KBA 조직 개편 불가피…아마야구 대회 차질


한국 아마추어야구는 어디로 가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한야구협회(KBA) 박상희 회장(사진)이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최근 협회 기금 전용 및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박 회장은 9일 KBA에 사표를 내면서 공식적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사표는 11일자로 작성했다. 이로써 전임 이병석 회장이 물러난 뒤 지난해 5월 12일 제22대 KBA 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은 임기(2017년 2월)를 채우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불명예 중도퇴진하게 됐다.

지난해 기금 과실금(이자수입) 중 3억809만원을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의 승인 없이 경상비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고, 취임 이후 7개월 동안 법인카드를 통해 2800만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박 회장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따라 사고단체나 다름없는 KBA에 지원하는 주최단체 지원금을 보류하고,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박 회장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박 회장이 사퇴했지만, KBA는 더 큰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27일까지는 KBA와 국민생활체육전국야구연합회(KBF)가 통합해야 하는데, KBA 조직을 정비하고 통합회장 후보를 추대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

KBA는 일단 회장직무대행 체제로 조직개편을 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놓고도 아마야구계는 물밑에서 또 한바탕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KBA 정관상 선임 부회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것이 순리지만, 선임인 김종업 부회장은 전임 이병석 회장이 물러난 뒤 직무대행을 수행하다 지난해 KBA 회장 선거에서 박 회장과 격돌했다. 그 과정에서 양측 계파간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현 KBA 수뇌부는 그래서 김은영 부회장에게 직무대행을 맡기는 작업을 진행할 듯하다. 또 비대위 구성, 통합회장 추천 과정에서 ‘자기 사람 심기’라는 계파간의 해묵은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국 아마야구를 관장하는 KBA는 지금 재정이 고갈되고 생존마저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아마야구 발전은 뒷전이고 자리와 권력에만 연연하는 어른들의 이전투구 난맥상으로 인해 한국야구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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