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최근 극장가에는 현실적인 상황이나 재미 위주의 작품보다 과거에 잊혀졌던 사건과 인물을 재조명하고 있는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먼저 지난달 17일 개봉한 ‘동주’는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청춘을 그렸다. 흑백 화면과 윤동주의 시를 통해 서정성과 당시 어둠의 시대를 함께 한 인물들의 고뇌를 스크린에 담았다.
이어 지난달 24일 개봉, 강제 동원된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귀향’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고 ‘위안부’ 문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게 한다.
지난 3일 개봉한 ‘섬. 사라진 사람들’은 한때 2014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염전노예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관객들은 극중 기자가 촬영한 카메라 속 영상을 따라 사건을 접하게 되고 영화는 지금 우리 눈앞의 보여지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극 중 이혜리 기자(박효주)의 “우리가 그 사람들 편에 안 서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거라구”라는 대사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관망이 아닌 사건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선과 그에 따른 관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외국영화 중에서는 지난달 17일 개봉한 ‘대니쉬 걸’이 있다. 1926년 덴마크의 풍경화 화가이자 세계 최초 성전환수술을 한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아를 찾기 위해 운명을 뒤바꿀 선택을 감행했던 그의 용기와 사랑은 전 세계 관객들과도 통했다.
지난 3일 개봉한 ‘룸’은 2008년 ‘요제프 프리츨 사건’의 실제 주인공을 다룬 영화로 가로X세로 3.5미터 남짓한 작은 방 안에서의 7년의 감금 생활을 한 모자의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같은 3일에 개봉한 ‘13시간’ 역시 2012년 ‘리비아 벵가지 테러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무장 괴한으로부터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6명의 민간 용병들을 그렸다. 이 영화들 모두 과거의 실제 사건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과 내제되어있는 강인함을 묘사하여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모두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에 있다. 세상과 맞서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영화 속 그들이 선택한 선과 정의가 지금의 현실 속에서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와 갈증들을 해갈해주고 있기 때문.
이처럼 올 상반기 극장가에서는 잊혀진 사건들, 잊혀진 인물들이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닷컴 김미혜 기자 roseli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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