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부임 2시즌 만에 팀의 면모를 일신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현대건설에 막혀 챔피언 결정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박 감독의 조련 속에 흥국생명은 전통의 강호 이미지를 되찾았다. 스포츠동아DB
5년 만에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흥국생명의 ‘봄 배구’는 2경기 만에 막을 내렸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섰던 현대건설을 상대로 잘 싸웠다. 그러나 큰 경기 경험이 아쉬웠다. 흥국생명 박미희(53) 감독은 V리그 여성 사령탑 최초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남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흥국생명의 올 시즌과 함께 박 감독의 2년 계약도 만료됐다. 배구계는 팀의 이미지를 확 바꾼 박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박 감독이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4~2015시즌부터다. 당시 흥국생명에 과거의 강팀 이미지는 없었다. 2010~2011시즌 이후 흥국생명은 2011~2012시즌과 2012~2013시즌 연속 5위, 2013~2014시즌 최하위(6위)에 그쳤다. 부임 첫 해 신인드래프트 최대어 이재영, 프리에이전트(FA) 김수지의 가세로 전력에 짜임새가 생겼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체질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박 감독은 ‘어머니 리더십’을 택했다. 선수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패배의식에 빠진 선수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선수들을 다독였다. 선수들은 박 감독의 주문을 실천에 옮겼다. 특유의 끈끈한 배구가 완성됐다. 이재영, 김수지, 김혜진은 팀의 주축으로 올라섰고, 신연경은 살림꾼으로 거듭났다. 공윤희, 이한비도 팀에 없어선 안 될 자원으로 성장했다. 한 배구인은 “(박 감독은) 강약조절을 잘한다. 올해 2년차인데도, 완숙미가 묻어난다. 박 감독의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이 내년 시즌에도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단도 재계약에 무게를 두고 있다. 2시즌 연속 5할 이상의 승률(2014~2015시즌 0.500·2015~2016시즌 0.600)을 기록하며 ‘약체 이미지’를 지운 자체로 의미가 크다. 한 관계자는 “5년 만에 팀을 PO에 올려놓았고, 성적도 잘 나왔다. 구단도 긍정적으로 재계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