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해 “남들 다 하는 음악은 재미 없잖아요”

입력 2016-03-16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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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사진|브랜뉴뮤직

한해, 사진|브랜뉴뮤직

랩퍼 한해가 의외의 곡을 들고 돌아왔다. 16일 자정 발매한 한해의 '내가 이래'는 몽환적인 비트 위에 나쁜 남자의 이야기가 더해진 곡으로,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스타일의 곡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그룹 팬텀의 멤버로 이름을 알렸고 Mnet '쇼미더머니4'를 통해 래퍼로서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린 한해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응당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노릴 법하지만 한해의 선택은 달랐다.

한해는 "나는 마음에 드는데 사람들이 좋아할 지는 모르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한해는 "'내가 이래'가 대중적인지는 모르겠다. 공감대 형성이라기 보다는, 내면의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다"라며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하고 싶은 걸 하겠나. 크게 봤을 때는 직업적으로 (음악을)하고 있지만, 창작을 하는 입장이니까 하고 싶은 걸 하고 갈증을 해소하는 시기다"라고 구체적인 이유를 밝혔다.

물론 창작자로서 이런 이상적인 마인드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대중음악은 결국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좀더 편안한 곡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한해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한해는 "나보고 멍청하다고 한 사람도 있다"며 "특히 '쇼미더머니' 끝나고 물이 들어오는 시점에 그걸 이용해서 대중적인 음악을 해서 팬들을 넓히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심지어 그런 플랜을 설계해주는 사람도 많았다"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럼에도 한해의 철학은 확고했다. 한해는 "그런데 나는 그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가 틀린지 맞는지는 모르는 거고, 결국에는 음악을 오래하고 싶다. 오래하려면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해야 한다는 주의다. 지금 당장 순위가 좋고 나쁘고는 크게 의미가 없다"라며 "그렇다고 내가 말도 안되는 제 3세계 음악을 하겠다고 뛰쳐나가고 하는 것도 아니다. 접점을 찾으려고 한다"라고 자신의 음악관을 밝혔다.



그런 한해의 음악관이 담긴 '내가 이래'는 앞서 말했듯이 나쁜 남자의 이야기다. 중요한 건 '내가 이래'의 가사 내용보다 왜 나쁜 남자의 이야기를 썼는 지다.

한해는 "스토리텔링식 곡인데, 나쁜 남자 이야기다. 남자의 순간순간의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조금 딥한 내용일 수도 있느데, 그 안에서 남자의 심리와 여자의 심리를 그런 걸 얘기하고 싶었다. 사랑 얘기긴 한데, 일반적인 사랑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테일한 부분은 들은 내용도 있고 영화로 보는 것도 있다. 원래 디테일을 살피는 걸 좋아한다. 사람의 말투와 눈빛, 그런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눈치가 빠르진 않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정말 궁금한 건 실제 경험이 가사의 내용에 포함됐냐는 것으로, 한해는 "경험담은 아니다. 다만 시작점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예전에 알던 여자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되게 이뻐보였다. 그때 '만약에 얘랑 만났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그냥 생각만으로 끝이 났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번 싱글에는 타이틀곡 '내가 이래'와 함께 오웬 오바도즈, 디미너 등이 피처링에 참여한 'Fill It Up'이 함께 수록됐다.

한해는 "'Fill It Up'은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제일 먼저 만든 곡이다. '구름'보다 더 먼저 만들었는데, 밋밋하다는 의견이 많아 그때 내지 못했다. 그게 아쉽기도 했고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현재 만들어 놓은 곡이 더 많이 있는 지 직접적으로 묻자 한해는 "곡 수가 많긴 하다"라고 답했다.

다시 미니나 정규 등 좀 더 볼륨감이 있는 앨범에 대한 욕심이 나지는 않았는 지를 물었고, 한해는 "곡 수가 많다고 묶어서 내기보다는 하나의 통일성을 갖고 싶었다. 앨범은 유기적으로 내고 싶다. 지금은 내가 (그냥 이 곡을)내고 싶은 시점이다"라고 답했다.

이쯤되니 이야기는 한해라는 랩퍼의 좀 더 원초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들로 이어졌다. 먼저 주목해야할 대목은 한해가 추구하는 가치가 단순히 음악의 기교적인 면이나 인기와 같은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랩퍼로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해는 "플로우가 독특하고, 목소리가 독특하고, 라임이 좋고 그런 것들도 힙합과 랩의 요소이긴 하나, 요즘은 그걸 뛰어넘는 뭔가가 있어야 사랑받는다. 예를 들어 캐릭터같은. 그런 지점에서 생각하면 내가 제일 뛰어난 건 아니지만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내 성격도 그런데, 과하게 풀어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물론 그런 스타일을 할 때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자극적으로 보이게 위해 욕하거나 하는 것도 별로 안좋아한다. 어느 정도 정제돼 있고, 그렇게 정제된 사이에 날카로움을 가지는 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지점인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해는 "어떻게 보면 되게 어렵다. 하지만 나란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다. 그게 자연스럽고 담백하게 보였으면 좋겠다"며 "내가 목소리가 엄청 특이한 것도 아니고, 라임을 한 가사에서 기가막히게 풀어내는 랩퍼도 아니며, 퍼포먼스를 자극적으로 하지도 않는다. 또 내가 플로우가 죽인다라고 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랩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한해가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이 꼭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한해는 "꼭 스토리텔링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그냥 뭔가 뻔한 곡을 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나 스타일, 남들이 다 하는 걸 하기 싫은 거다. 일단 그런 음악을 만들면 나부터가 재미가 없다. 그런 음악이 내 색깔을 죽이는 거 같은 기분이다. 혼자 하면서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다. 내가 재미있고, 그걸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그게 정말 대중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힙합 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이런 음악도, 이런 디테일도 잘 표현할 수 있구나. 음악을 허투루 하지 않는구나'라는 걸 느껴줬으면 좋겠다. 현재 힙합의 인기에 힘 입어서 하나로 묶이는 랩퍼가 되고 싶지 않다. 나 자체로 경쟁력 있고 좋은 랩퍼가되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해는 최근 일상에 대해 묻자 "작업하고, 운동하고...특별한 건 없다. 남이 볼 때 재미없어 보이는 삶을 살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재미있고 행복하다"라고 답했다. 마치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을 일상에서도 실천하고 있는 것 처럼.
한해, 사진|브랜뉴뮤직

한해, 사진|브랜뉴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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