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FC 조덕제 감독. 사진제공|K리그
시·도민구단 ‘형님’ 성남에 대등한 경기
양팀 구단주들 내기 영향…흥행 대박도
아름다운 승부, 감동의 90분이었다.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 본능이 확실히 드러났다. 승격팀 수원FC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질주는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수원FC는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클래식(1부리그) 승격 후 첫 홈경기였기에 의미는 더욱 컸다. 13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개막전에서 0-0으로 비긴 데 이은 2경기 연속 무승부였지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경기도 권역 시·도민구단 ‘형님’인 성남을 내내 몰아쳤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코치들에게 “아쉽다”는 말과 함께 안타까움 섞인 미소를 지어보인 수원FC 조덕제 감독의 표정과 성남 김학범 감독의 짜증에 가득 찬 얼굴이 이날 경기의 흐름을 보여줬다.
킥오프 전부터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된 승부였다. 양 팀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승리팀 깃발을 패한 팀 시청에 내걸자”는 내기를 성사시켰던 것. 협의 끝에 수원에 수원FC 외에도 수원삼성이 있는 만큼 시청 대신 각 홈구장으로 장소를 바꾸게 됐으나 구단주가 직접 나선 덕택에 ‘소문난 잔칫상’의 스토리라인은 한층 풍성해졌다.
멍석이 깔린 잔칫집답게 먹을거리가 많았다. 객관적인 전력, 큰 무대 경험, 관록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 수원FC는 물러서지 않았다. 점유율은 51%대49%로 대등했으나 수원FC가 시도한 슛 14개 가운데 7개가 상대 골문을 향한 반면, 성남은 슛 7회 중 유효슛 3회에 그쳤다. 특히 후반 15분 이후 점유율에서 7대3으로 수원FC가 앞섰다. 선수교체에서도 수원FC가 재미를 봤다. 전반 43분 교체투입된 윙 포워드 김병오는 0-1로 뒤진 후반 21분 동점골을 뽑았다. 후반 초반 상대의 맹공에 어려움을 겪다가 15분 티아고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음에도 승기를 잇지 못한 성남은 큰 부담감에 제 플레이를 못했다. “지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던 김 감독의 말처럼 과제들만 산더미처럼 쌓였다.
분위기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챌린지(2부리그)에 머물던 지난 시즌 홈 평균 관중이 1200여 명에 불과했던 수원FC는 클래식 홈 신고식이던 이날 10배에 달하는 1만2800여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이야기와 사연, 내용이 있다면 팬들은 언제든지 경기장을 찾기 마련이다. 경기력과 흥행 등 여러 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수원FC는 A매치 휴식기를 보낸 뒤 다음달 3일 홈에서 벌어질 광주FC와의 3라운드에서 다시 한 번 첫 승에 도전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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