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정감이 가는 삼성화재의 새로운 CF다.
화사한 봄날의 오후. 들판 위를 가로지른 길 위에 다섯 명의 어린이들이 제각기 기타, 나팔 등의 악기를 들고 서 있다. 맨 가장자리에는 사람을 참 잘 따를 것 같은 순한 표정의 개 한 마리. 화면의 색감이 따뜻하기 그지없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뒤 필터를 입힌 사진 같다.
“시∼작!”하는 구령과 함께 아이들이 일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노래가 시작되면 통기타를 멘 남자모델(차태현 분)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화면 오른쪽에서 슬그머니 들어온다. 이름하여 봄봄밴드다.
왼쪽 오른쪽 갸우뚱 갸우뚱 반동을 넣어가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여간 정겹고 귀여운 게 아니다. 보고 있으면 절로 삼촌·이모미소가 지어진다.
한 대에 두 명이 타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마차에 아이들이 파란 풍선처럼 생긴 봉지를 잔뜩 집어넣는다. 커다란 사탕이다. 꽃잎처럼 생겼다. 그리고 스윽 뜨는 자막.
‘봄봄밴드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인생의 봄을 전하러’
마지막 장면은 차태현이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나눠 탄 세 대의 마차를 끌고 간다. 봄을 전하러 가는 것이다.
‘파란 봉지’가 꽤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사탕을 싼 봉지인데, 이게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확히 밝히자면 이 색깔은 스프링블루다. 우리말로 하면 ‘봄파랑’쯤 되겠다. 삼성의 상징은 짙은 파랑인데 삼성화재는 2014년부터 스프링블루를 기업의 색깔로 사용하고 있다.
파란색의 봄은 뭉게구름, 솜사탕, 꽃을 떠올리게 하는 달콤한 사탕으로 치환되고, 이는 다시 거부감 없이 삼성화재로 이어진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서 삼성화재로 연결되는 과정이 매끄럽다. 다섯 개의 문장을 쉼표 하나 찍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붙인 듯한 솜씨가 놀랍다.
이 덕분에 마지막 내레이션의 코멘트가 라이터 불처럼 확 살았다. “당신의 봄, 삼성화재.”
그 봄이 꽤 근사하게 들린다.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달콤한 데다 해맑기까지 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