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수창작보다는 소설이나 웹툰 등 1차적인 콘텐츠를 활용한 드라마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방송가 일각에서는 신선한 기획과 아이디어, 참신한 소재 등을 창조하는 것보다 이미 대중성을 검증받은 1차 콘텐츠의 힘에 기대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어쨌든 잘 씌어진 소설 등 ‘활자 콘텐츠’는 여전히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물의 중요한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작가 최인호의 많은 작품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로 변주됐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대중을 만난 작품이 있다. ‘겨울나그네’다. 1983년 최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겨울나그네’는 이후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그만큼 당대 대중적 감수성과 스토리를 잘 담아낸 작품이었던 셈이다. 의대생이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과 자신의 출생에 얽힌 아픔으로 기지촌으로 흘러드는 민우와 그를 사랑하게 된 기지촌 여자 제니, 민우의 첫사랑으로 자신을 떠나버린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음대생 다혜의 이야기가 순수함의 시대를 적신 러브스토리로 사랑 받았다. 이미 많은 독자를 끌어들인 소설은 1986년 곽지균 감독이 연출하고 안성기와 이미숙, 강석우, 이혜영이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역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90년 오늘, ‘겨울나그네’가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났다. 이날 KBS 2TV 미니시리즈로 첫 방송한 ‘겨울나그네’였다. 드라마 역시 순애보의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안겨주었다.
‘겨울나그네’는 이제 모두 중년의 나이가 됐지만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청춘스타들이 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친 무대였다. 손창민과 김희애, 정성모와 최화정이 영화 속 강석우와 이미숙, 안성기와 최화정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그리고 드라마의 새로운 매력을 과시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