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중국 춘추시대 백락·고구려 주몽…생김새만 보고 준마를 알아보다

입력 2016-04-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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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경주마와 관상

송강호 주연의 ‘관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 천재관상가가 ‘수양대군’의 역모를 알게 되고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하는 과정을 그린 사극이다. 이정재(수양대군 역)는 이 영화에서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며 송강호가 분한 천재관상가 ‘내정’에게 묻기도 한다. 사람의 얼굴에는 삼라만상 모두가 들어있어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이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을 두고 ‘관상’(觀相)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말도 생김새를 보고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판별했는데, 이를 상마(相馬)라고 했다. 지금처럼 말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있지 않은 시대에 생김새만으로 말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기술이었다.

역사적으로 상마를 잘 했던 인물로는 중국 춘추시대에 살았던 백락(伯樂)을 꼽을 수 있다. 백락은 춘추시대 군주인 진목공(秦穆公)을 위해 말을 골라주었는데, 그가 고른 말은 반드시 천리마였다고 한다. 백락의 말보는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마시장에서 그가 무심코 돌아보는 말이 있을 경우 그 말의 가치는 십 수배까지 치솟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 역사상 상마에 능했던 인물은 고구려의 건국시조인 주몽이다. 주몽은 말을 키울 때 미리 준마를 알아보고 좋은 말은 잘 먹이지 않아 여위게 하고 좋지 않은 말은 잔뜩 먹여 살찌게 했다. 왕은 살찐 말이 좋은 말로 알고 가져가고, 진짜 준마는 주몽의 차지가 되었다.

지금도 좋은 말을 고를 때 혈통 다음으로 중요시되는 것이 말의 외모다. 우리나라의 경마시행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마사회의 말혈통 홈페이지(http://studbook.kra.co.kr)를 보면 좋은 말의 외모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 체형은 균형과 대칭성이 있어야 하고, ▲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하며, ▲ 가슴은 두껍고 등은 짧고 엉덩이는 둥그스름해야 한다는 등이다.

경마경기에 출전하는 여러 마리의 경주마들 중 숨은 능력을 찾아내는 것도 상마의 하나일 수 있다. 한국마사회 경마정보 홈페이지(http://race.kra.co.kr/)에서는 경주에 출전하기 직전 고객에게 출전마필을 보여주는 곳인 ‘예시장에서 말보는 법’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항으로 ▲ 경주마의 털에 윤기가 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 눈은 맑고 빛이 나며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 ▲ 목에 힘을 주지 않고 재갈을 가볍게 물고 힘차게 걷는다 ▲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겨울에는 땀을 적게 흘리는 말을 경계하라 등이다. 또한 예시장에서 말을 고를 때에는 가능한 가까이 관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경주마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숨어있는 능력까지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모는 어디까지나 외모일 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볼품없는 외모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경주마도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주마는 1930년대 경주마로 데뷔해 활약했던 미국의 ‘시비스킷’(Seabiscuit)이다. ‘시비스킷’은 구부정한 다리에 왜소한 몸집을 가졌지만 당대 최고의 경주마로 이름을 날렸다. 경주마 시절 ‘시비스킷’은 89전 33승, 2위 15회를 기록하였으며 13개 경주거리에서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개장 초기에 활약했던 경주마 ‘루나’는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 경주마 경매사상 최저가 낙찰의 수모를 안고 경주마로 데뷔했다. 절름발이 경주마라고도 불리기도 했을 만큼 경주마로는 부적합한 상태였지만 경주에 나서면 거짓말처럼 놀라운 능력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루나’는 2005,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와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매년 억대의 상금이 걸린 큰 대회를 석권했다. 그러면서 벌어들인 상금이 무려 7억2000만원. 몸값의 74배를 벌어들인 셈이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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