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워싱턴 리포트] 미네소타 리더 도지어의 ‘박병호 사랑’

입력 2016-04-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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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미네소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동료들에게 박병호 질문 해달라”
인터뷰도 식사 초대도 직접 챙겨


메이저리거들은 항상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산다. 그에 걸맞은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어도,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인간의 날카로움이 들어있다.

미네소타와 워싱턴의 시범경기 최종전이 열린 내셔널스파크를 찾은 3일(한국시간), 워싱턴 지역에는 새벽부터 오전까지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현지시간으로 낮 12시5분 시작할 예정인 경기인지라 선수들은 제대로 훈련조차 못하고 실전에 나가야 했다. 게다가 전날(2일) 경기는 야간경기여서 컨디션 조절이 더 쉽지 않았다.

미네소타 클럽하우스 개방 직후, 취재하러 들어간 사람은 한국에서 온 기자뿐이었다. 선수들의 심기를 고려해 현지 기자들은 클럽하우스를 늦게 방문하거나 아예 찾지 않았다. 처음에는 ‘쟤 뭐야?’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던 선수들은 박병호(사진)를 만나는 기자를 보자 호의적인 시선으로 돌변했다. 박병호가 미네소타 안에서 짧은 시간 동안 꽤 신망을 얻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미네소타의 실질적 팀 리더인 브라이언 도지어는 갑자기 기자에게 ‘베네수엘라 출신인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에게 박병호에 관한 질문을 뭐라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어→영어→스페인어로 질문이 전달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기자, 박병호의 통역인 김정덕 씨, 에스코바르의 스페인어 통역에게 기념촬영까지 부탁하며 웃었다.

미네소타 클럽하우스 안에서 간판타자 조 마우어 못지않은 리더십을 발산하는 도지어가 박병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2일 라면집 초대에서도 알 수 있었다. 도지어, 트레버 플루프 등 미네소타의 핵심 선수들이 박병호가 좋아할 만한 워싱턴의 라면집을 애써 찾아서 데려가준 것이다. 그에 대한 답례로 박병호는 정작 초대를 받았음에도 기꺼이 한턱을 냈다.

실패에 주눅 들지 않고, 늘 동료를 격려하는 미네소타 클럽하우스의 가족적 분위기가 생소한 세계에서 고독한 도전을 하고 있는 박병호의 감정 소모를 줄여준 것이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은 팀을 잘 만난 혜택도 있었음을 짧은 순간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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