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우희, 두 번의 시련을 이겨내고 꽃이 되기까지

입력 2016-05-16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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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시나리오 안에 중요한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질문하다보면 어느 순간 조각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사전에 시나리오를 충분히 분석하되 현장에서 연기할 때는 자유롭게 몰입하려고 한다. 현장의 감과 날 것의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천우희는 “시나리오 안에 중요한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질문하다보면 어느 순간 조각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사전에 시나리오를 충분히 분석하되 현장에서 연기할 때는 자유롭게 몰입하려고 한다. 현장의 감과 날 것의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영화 ‘써니’(2011)는 배우 천우희에게 희로애락의 ‘시작과 끝’을 안긴 작품이다. 2004년 단역으로 데뷔한 천우희는 ‘써니’의 본드걸 캐릭터를 통해 가뭄 끝에 단비를 맞았다. 하지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기쁨도 잠시, ‘본드걸’은 줄곧 그림자처럼 천우희를 따라다녔다. 천우희는 슬럼프에 빠졌고 남몰래 홀로 마음 고생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를 수렁에서 건진 건 영화 ‘한공주’(2014)였다. 그러나 또 다시 두 번째 슬럼프가 왔고 이는 처음보다 더 강하게 천우희를 옭아맸다. 고뇌의 연속이었다. 천우희는 괴로웠던 지난해를 돌아보며 “아홉수”라고 표현했다.


Q. ‘써니’ 이후에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는데. 어떻게 빠져나왔나.

A. 불안했다. 나에 대한 고민이 컸다. 자질이 부족한 것 같았다. 스스로가 한없이 작은 존재라고 느껴지더라. 하지만 평소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어떤 고민이 있더라도 ‘어떤 일이든 이유가 있다’ ‘더 잘 되려고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써니’ 때의 고뇌는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Q. 지금은 고요해졌나.

A. 지난해에 (슬럼프가) 한 번 또 왔다. 지난해에는 내가 주위의 기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그리고 나를 둘러싼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컸다. 아홉수인가 싶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니 생각이 정리됐다. 뭔가 확고해진 것 같다. 항상 잃지 않으려고 한 가치관이 정립됐다.


Q. 천우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A. 정직하게 그리고 정도를 걸으면서 가는 것. ‘나다운 것’과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묵묵하게 올곧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로서 본질적인 것은 연기니까. 내 중심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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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파 배우로 성장해가는 천우희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트렌디한 작품의 부재에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다. 앞서 언급한 ‘주위의 기대’가 이런 반응과도 이어지는 것 같다.

A. 배우로서 더 나은 모습과 인지도보다 상업적으로 컸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나를 아끼기 때문에 해주는 이야기라는 것을 나 또한 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표면적으로 와 닿다 보니까 위축되더라. ‘덤덤하게 잘 버텨나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직접적이다 보니까 혼란스러웠다. 기대에 부응해야만 할 것 같았다.


Q. 이런 고민 가운데 ‘해어화’를 선택한 이유는.

A. 일단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연기나 역할이 어렵다기 보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항상 내가 무거운 연기를 해서 그런지 주변에서 ‘좀 밝은 것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나도 민낯이 아닌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웃음). 노래하는 부분이 부담돼서 선택하면서 고민이 됐지만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는 것은 배우로서의 특권이기도 하니까. 모험하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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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어화’ 속 연희도 마냥 밝은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A. 내가 볼 때도 연희가 마냥 즐겁고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연희는 아버지 때문에 단돈 5원에 권번에 팔려가지 않느냐. 하지만 소율(한효주)은 연희의 밝은 모습을 봤을 것이다. 소율은 연희가 가시를 털어내고 보드라운 부분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대로 연희를 연기하려고 했다.

항상 작품에서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의 노력이다. 이에 대해 만족하는 분도 있고 별로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테지만 ‘연기적인 발산’을 최대치로 하려고 한다. 평가는 그 이후의 일이다.


Q. 밝은 캐릭터라면 로맨틱 코미디도 잘 어울릴 것 같다.

A. 예쁘고 밝은 캐릭터도 하고 싶다. 다른 영역의 작품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기존에 해온 작품의 이미지가 큰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작품과 만나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나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그런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온다.

로맨틱 코미디도 원하고 말랑말랑한 코미디도 좋을 것 같다. ‘저게 뭐야?’ 싶을 정도로 웃긴 캐릭터도 좋다. 좋은 작품으로 연이 된다면 드라마도 하고 싶다. 드라마나 영화나 연기적으로 보여주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같을 테니까.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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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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