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칸&피플②] 하정우·조진웅, 칸에서 꽃핀 ‘브로맨스’

입력 2016-05-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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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인 ‘아가씨’의 주연배우 하정우(왼쪽)와 조진웅. 공식 상영을 마친 이들은 칸에서 시간을 함께하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009년부터 영화 6편 함께한 인연
‘아가씨’ 촬영땐 서로 의지돼 큰 힘
칸 레드카펫 행사 손 맞잡고 감격

“오자마자 칸 거리를 마음껏 걸었어요. 우리 영화가 잘 돼야 할 텐데, 이제 나도 결혼해야할 텐데, 그런 생각을 했죠.”(하정우)

“부산 ‘촌놈’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네요. 칸도 좋지만 우리 부산국제영화제가 더 생각났습니다.”(조진웅)

배우들이 칸 국제영화제의 향취를 느끼며 즐기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배우 하정우와 조진웅이 칸에서 떠올린 단상도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칸에서 어느 곳이든 동행하고 있다. 영화 ‘아가씨’를 처음 공개하며 레드카펫을 밟고서는 서로의 손을 뜨겁게 맞잡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칸에서 꽃핀 ‘브로맨스’다.

하정우와 조진웅은 경쟁부문에서 상영한 ‘아가씨’의 주연배우 자격으로 칸을 찾았다. 하정우는 벌써 네 번째, 조진웅은 처음이다. 가족과도 함께하고 있다. 하정우는 연기자인 동생 차현우, 조진웅은 아내와 함께했다. 이들은 영화와 관련한 공식 일정을 마치자마자 16일(한국시간) 칸 근교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칸에서 만난 하정우는 “(조)진웅이 형을 정말로 좋아한다”며 “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좋다”는 고백을 연이어 내놨다. 몇 년 전 이들은 ‘함께 칸 국제영화제에 가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 꿈이 올해 실현됐다. 조진웅은 ‘아가씨’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하정우에 의지한 바 크다”고 했다. 일본인이 된 조선인, 책에 빠져 뒤틀린 욕망을 과시하는 영화 속 인물을 그려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조진웅은 “하정우가 없었다면 영화를 소화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 영화 ‘국가대표’부터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허삼관’, ‘암살’을 거쳐 ‘아가씨’로 다시 만났다. 8년 동안 함께한 영화가 무려 6편이다.

기쁜 재회이지만 이들이 영화에서 맞이하는 상황은 처절하다. 연출자인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올드보이’의 일부분이 연상될 정도다. 조진웅은 “하정우와는 아끼는 사이이지만 영화에서는 서로를 ‘자르고’ ‘벗긴다’”며 “재미있지 않느냐”고 했다.

‘아가씨’에 쏟아지는 다양한 평가를 받아들이는 일은 두 배우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지나칠 수 없는 과정이다. 해외 매체와 여러 관계자의 평가가 있지만 특히 가족의 반응에는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조진웅은 “아내가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라고 평했다”며 “(연기)잘 했다고, 아주 귀여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하정우와 조진웅은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모습이다. 한국에서였다면 최대한 감췄을 각자의 행보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꺼냈다.

하정우는 자신의 세 번째 연출 영화를 처음 공개했다. 미국의 코리아타운을 배경으로 한인회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다. 하정우는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분위기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기부도 하고 사업도 일군 한인회장이 우아하게 살려다 다시 피를 만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겪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야기의 60% 정도를 구상했다. 촬영지는 하와이나 LA를 고민하고 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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