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에 부는 의미 있는 유희관 열풍

입력 2016-05-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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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고교야구, 대학야구에 유희관 열풍이 분다?’

유희관(30·두산)은 ‘공이 느린 투수는 KBO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깼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까지 탄생시키며 고정관념을 타파했다. 이는 비단 프로무대만이 아니었다. 아마추어에서도 유희관표 느림의 미학은 널리 전파되고 있다.

이는 5일부터 17일까지 목동구장에서 진행된 ‘제7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스포츠동아·동아일보·대한야구협회 주최)’에서 만난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의 증언에서 확인됐다. A구단 스카우트 과장은 17일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고교야구나 대학야구에서 투수들은 최소 130㎞대 후반~140㎞대 중반은 구속이 나와야만 프로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좋은 신체조건에 빠른 공을 던지면 좋겠지만 공이 빠르다고 프로에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속보다는 제구가 중요하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공이 빠르진 않지만 제구나 변화구가 좋으면 충분히 프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빠른 볼에만 적응돼 있던 타자들도 느린 볼에 타격타이밍을 못 맞추면서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은 이를 두고 ‘유희관 효과’라고 표현했다. A구단 스카우트 과장은 “유희관이 130㎞대 공으로 프로무대를 평정하면서 아마추어 투수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며 “구속보다는 스트라이크존 좌우 폭을 활용하려고 하고 변화구를 더 가다듬는다. 수술 후 후유증이 있어 공을 세게 못 던지는 한 투수가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모습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다. 그저 빠르게 공만 던지려는 예전과는 확실히 변했다”고 말했다.

‘유희관 열풍’은 프로무대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스카우트 과장은 “아마추어의 스트라이크존은 프로보다 넓다. 그러다보니 시속 150㎞의 공을 던지던 투수도 프로에 가면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애를 먹는다”며 “어차피 투수는 제구력이다. 지금부터 제구에 신경을 쓰면서 공을 던지면 프로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유희관은 늘 “제구력 투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공이 느리다고 인정받지 못하는 어린 친구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진심은 통했다. 아마추어에는 유희관을 보고 프로의 꿈을 키우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한 덕수고 김재웅은 롤모델로 유희관을 꼽을 정도다. 이는 분명 유희관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목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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