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칸&피플] 박영주 감독 “나의 첫 유럽여행, 칸이 될 줄이야”

입력 2016-05-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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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영화 ‘1킬로그램’을 선보이는 박영주 감독은 “칸의 초청을 받고 보니 이제 스스로를 조금 믿어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 ‘칸이 주목하는 감독’ 박영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마주한 한국영화의 앞날은 ‘쾌청’한 듯하다. 자신의 색깔을 과감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실력까지 인정받은 새로운 얼굴이 나타난 덕분이다. 감독주간에 초청된 ‘히치하이커’의 윤재호(36) 감독과 단편영화 학생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1킬로그램’을 선보인 박영주(31)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칸 국제영화제가 한국에선 아직 이름이 낯선 이들을 발굴해 먼저 주목했다. 칸에서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박영주 감독을 만났다.


10년간 공모전마다 낙방…‘1킬로그램’으로 칸의 부름
“등단 위한 노력이 자양분…다음엔 코미디영화 만들 것”


“첫 유럽여행 장소가 칸이 될 줄은 몰랐어요. 하하!”

단편영화 ‘1킬로그램’으로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박영주 감독은 대학을 졸업도 하기 전에 자신의 영화를 칸에서 처음 소개하는 행운의 주인공이다.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다니면서 10년여 동안 각종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좌절한 그가 진로를 ‘작가’에서 ‘연출’로 넓히면서 희소식이 날아왔다.

‘1킬로그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2학년 박영주 감독이 입학 뒤 두 번째 만든 영화다. 소설 ‘해물 1킬로그램’을 읽고 연출을 결심했다.

“책을 읽은 2014년은 내가 크게 좌절하던 때다. 공모전에 연이어 낙방하면서 마음이 내 것 같지 않았다. 원작은 상실감에 관한 이야기다. 상실감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

연출을 시작한 지금, 등단 작가가 되려고 노력해온 시간은 그에게 값진 자양분이 되고 있다. 당연히 연출 영화 시나리오는 직접 쓴다. “지금 돌아보면 공모전에서 탈락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글을 쓸 때 너무 작은 것에 연연했다. 이제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박영주 감독은 “‘1킬로그램’ 촬영이 임박할 때까지 시나리오를 8번이나 고쳐 썼다”며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칸의 초청을 받고 보니 이제 스스로를 조금 믿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1킬로그램’의 제작비는 적지 않았다. 기성 영화인들에게도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인 제작비를 그는 어떻게 마련했을까. 웃음 많고 쾌활한 성격의 감독은 “아빠의 신용카드”라고 답했다.

“아빠에게 ‘이번 영화는 아주 잘 될 것 같다’고 확신을 드리고는 신용카드를 좀 빌려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아빠는 내 첫 투자자가 됐다. 사실 서른 살 넘은 딸이 뒤늦게 영화한다고 하니, 아빠는 무언의 근심이 있었을 텐데. 감사하다.”

박영주 감독은 20일 칸 국제영화제에서 ‘1킬로그램’을 처음 공개한다. 칸에서 에너지를 얻고 학교로 돌아가면 장편영화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졸업 작품으로 저예산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코미디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감독으로서 내 목표는 아주 웃긴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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