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완지시티 기성용.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지동원·박주호 등도 교체멤버로 전락
김호곤 부회장 “뛸 수 있는 팀 찾아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축구의 본고장 유럽을 대표하는 각국 리그가 지난 주말 일제히 막을 내렸다. 프리미어리그의 레스터시티가 동화 같은 우승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등 풍성한 화제 속에 2015∼2016시즌이 마감됐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유럽무대를 누비는 태극전사들이 유난히 고전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선 손흥민(토트넘)만 그런대로 성적을 냈을 뿐,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은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2014∼2015시즌 8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아시아선수 역대 단일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쓴 기성용의 부진은 예상 밖이다. 뇌진탕 등 부상 후유증도 있었고, 올 1월 부임한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과 코드가 맞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총 30경기에서 2골에 그치며 벤치에 머문 시간이 부쩍 늘었던 사실은 아쉽기만 하다.

크리스털 팰리스 이청용.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청용의 사정은 더욱 안타깝다. 12경기 출전에 단 1골을 뽑았을 뿐이다. 선발출장도 4차례밖에 안 된다. 시즌 막판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앨런 파듀 감독을 비판한 뒤 우리 돈으로 약 5000만원에 이르는 벌금을 물기도 하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분데스리가에서도 구자철과 홍정호(이상 아우크스부르크)만이 주전으로 활약했을 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등은 주로 교체 멤버로 나서거나 아예 출전하지 못하는 등 고난의 시즌을 보냈다.
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부회장은 “선수에게 가장 좋은 팀은 경기를 뛸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실전에서 치르지 못하면 체력도, 기술도 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게 마련이다. 흔히 “선수는 팀 또는 감독과 궁합이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경기에 뛸 수 있느냐 없느냐, 기회의 차이를 일컫는 말이다.

도르트문트 박주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기성용, 이청용, 박주호 등 유럽파 선수들은 대표팀의 주축이다. 이들의 소속팀 내 입지가 불안해질수록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대표팀의 경기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23일 발표될 6월 A매치 2연전 소집 명단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정식 소집에 앞서 일부 유럽파 선수들만 따로 불러 ‘특별훈련’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여름이적시장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몇몇 선수들을 염두에 둔 듯 “이적시장에서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청용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적은 선수의 의지만으로는 성사될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연봉 등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시간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합리적 결론을 도출했으면 한다.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으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더욱 멋진 활약상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