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인 전북현대가 2013년 심판매수를 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구단이 “스카우트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며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북 최강희 감독(왼쪽)과 이동국도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24일)를 하루 앞둔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지난해 경남 심판매수 이어 추가적발
검찰 수사 확대여부에 축구계 초긴장
K리그가 또다시 심판비리에 휩싸였다. 클래식(1부리그)을 대표하는 명문구단 전북현대가 연루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2013년 전북 직원으로부터 우호적인 판정을 부탁받고 각각 2차례와 3차례에 걸쳐 회당 100만원씩, 총 200만원과 300만원을 받은 K리그 전직 심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돈을 건넨 전북 구단 A스카우트 역시 불구속 기소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경남FC의 심판매수 사건에 연루됐던 심판 4명에 대해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이 중 2명이 2013년 전북 구단 관계자로부터 회당 100만원씩, 개인별로 각각 현금 200만원과 300만원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 4명의 심판은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말 챌린지(2부리그) 경남의 심판매수가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는 리딩 클럽으로 꼽히는 전북의 동일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축구계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검찰 수사 더 확대될까?
이번 사건의 초점 중 하나는 심판 2명에게 건네진 500만원의 출처. A스카우트는 완강하게 “내 연봉을 쪼개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인이 (구단이나 다른 관계자의 연루를) 극구 부인하면서 자기 스스로 한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금이 오고간 것이라 더 수사하기가 어려워 현재 선에서 불구속 기소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 구단이나 다른 심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만한 단서는 없다”며 현재로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 파장 주시하는 축구계
검찰은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향후 추이에 따라 언제든 수사는 확대될 수 있다. 축구계는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먼저 불미스러운 일이 또다시 벌어진 것에 대해 축구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 잊을 만하면 심판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어떻게 말해야 할지조차도 모르겠다”며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축구인은 “해당 경기 결과 분석이나 500만원의 출처 등이 밝혀진다면 지금까지의 충격과는 또 다른 차원의 파장이 일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프로축구계를 강타한 ‘경남발 심판매수’ 사건과 동일선상에 있지만, 여파는 훨씬 더 강하다. 전북은 2014년과 지난해 클래식을 2연패한 명문구단이다. 올해도 FC서울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경남에 대해 올 시즌 승점 10점 감점과 벌금 7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전북발 심판매수’에 대한 후속조치도 불가피해 보인다. 되풀이되는 각종 비리에 대한 축구계 차원의 철저한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