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좋은 일, 나쁜 일 더해져 오늘의 영광”

입력 2016-06-10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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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28). 스포츠동아 DB

-KPMG 위민스챔피언십서 25번째 명예의 전당 가입
-박세리 이어 한국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안니카 소렌스탐 등 전설들도 영광 함께 나눠
-늘 꿈꿔온 일, 현실로 이뤄지니 실감 안나


“좋은 일, 나쁜 일 그 모든 순간이 더해져 오늘의 영광이 됐다.”

‘골프여제’ 박인비(28)가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역대 25번째 골프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사할리 골프장(파71)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 달러) 1라운드. 박인비가 마지막 18번홀을 보기로 끝내면서 홀아웃했다. 경기를 끝내자마자 가장 먼저 폴라 크리머(미국)가 포옹을 하며 명예의 전당 가입을 축하했다. 이어 LPGA 커미셔너 마이크 완이 꽃다발을 건넸고, 곧바로 한국인 최초의 명예의 전당 입회자인 ‘원조 골프여왕’ 박세리(38)가 다가가 박인비를 꼭 안아줬다. 이어 유소연, 백규정 등 동료들의 축하가 계속됐다. 여자골프의 전설들도 25번째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박인비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안니카 소렌스탐과 줄리 잉스터 등이 18번홀 그린을 빠져나오는 박인비와 포옹을 하면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 나눴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김성자 씨와 남편 남기협 씨가 꽃다발을 안기며 자랑스러운 딸과 아내의 위대한 업적을 함께 기뻐했다.

데뷔 10년 만에 이룬 역사였다. 박인비의 말처럼 좋은 일, 나쁜 일이 모두 있었다. 데뷔 첫 해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당시 나이 19세11개월6일)로 우승하며 주목받았던 박인비는 그러나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긴 시간 동안 우승 가뭄에 시달린 그는 마음고생도 심했다. 한때 골프를 포기하려는 위기도 있었다.

다시 우승하기까지는 무려 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2년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길었던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박인비는 골프여제로 한 계단씩 올라섰다. 2013년에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13년에만 7승을 거둔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2015년에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전신 LPGA챔피언십)에서 3연패에 성공해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고, 8월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역대 7번째, 한국인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날 부상 속에서도 올 시즌 10번째 경기를 마치면서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 “늘 꿈꿨던 일 아직 실감 안나”

명예의 전당 가입은 쉬운 일이 아니다. 66년 역사에서 박인비 포함 25명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가장 최근은 2007년 박세리 이후 9년 만이다.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LPGA가 정한 기준에 따라 27포인트를 획득해야 한다. 그 다음 메이저대회 우승과 올해의 선수,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수상 경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투어에서 최소 10년 이상 뛰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지 못한다. 일반 대회 우승은 1점, 메이저대회 우승 2점, 올해의 선수와 베어트로피 수상 1점이 주어진다. LPGA 명예의 전당에는 모두 2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한국선수는 2007년 박세리(메이저 5승 포함 통산 25승·2003년 베어트로피)가 유일하다.

박인비는 통산 17승을 기록 중이며 이중 메이저대회에서 7승을 거뒀다. 그리고 2012년 베어트로피와 2013년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다. 그 밖에 2012년과 2013년 상금왕, 2013년 GWAA(미국골프기자협회) 올해의 여자선수, 2015년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수상했다.

박인비는 “수도 없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꿈을 꿨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고 나니 현실감이 없는 것 같다. 너무 자랑스럽고 행운이 있는 골퍼인 것 같다. 많은 것을 이루고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는 (팬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를 보면서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나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이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예의 전당 가입이라는 영광을 맛봤지만, 박인비는 최근 손가락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리우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하다.

박인비는 “지난달보다는 오늘 몸 상태가 훨씬 좋았다. 전반보다는 후반에 조금 더 고통이 심해 걱정을 했다. 사실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하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일도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아직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토로했다.

올림픽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 했다. 전날 연습라운드를 마친 박인비는 “지금 상태로는 어떤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아직 (올림픽) 엔트리도 끝나지 않았고, 내가 나갈 수 있을지 못나갈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올림픽 출전을) 결정하기엔 이르다. 컨디션을 살피면서 너무 안 좋으면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박인비 역대 우승 및 수상 내역

연도 우승 및 수상 내역
2008 US여자오픈(*)
2012 에비앙 마스터스
2012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2012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2013 혼다LPGA 타일랜드
2013 나비스코 챔피언십(*)
2013 노스텍사스 슛아웃
2013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2013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2013 US여자오픈(*)
2013 올해의 선수
2014 매뉴라이프 LPGA 클래식
2014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2014 타이완 챔피언십
2015 HSBC 위민스 챔피언십
2015 노스텍사스 슛아웃
2015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2015 브리티시여자오픈(*)
2015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5 베어트로피
(*)메이저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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