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탓만 하랴…종이호랑이 전락한 ‘삼바 축구’

입력 2016-06-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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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라울 루이디아스(왼쪽 두 번째)가 13일(한국시간) 미국 폭스버러의 질레트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브라질과의 2016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B조 3차전 후반 30분 마라도나의 ‘신의 손’을 떠올리게 하는 결승골을 뽑고 있다. 중계화면에는 루이디아스가 오른손으로 볼을 밀어 넣는 장면이 잡혔다. 이로 인해 브라질은 조별리그 탈락의 멍에를 썼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페루에 0-1…브라질, 29년만에 코파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

후반 30분 페루 루이디아스 결승골
중계화면에 손쓰는 장면 ‘오심 논란’
득점력도 빈곤 예고된 참사 시각도


‘삼바축구’ 브라질이 2016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987년 대회 이후 29년만이다. 이 대회 통산 8차례 우승과 11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브라질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월드컵 최다(5회) 우승국의 명예 역시 송두리째 무너졌다.

브라질은 13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의 질레트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페루에 0-1로 패했다. 비겨도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브라질은 1승1무1패, 승점 4로 에콰도르(1승2무·승점 5)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페루(2승1무·승점 7)가 1위를 차지했다. 각조 1·2위에 주어지는 8강 티켓은 페루와 에콰도르의 몫이었다.

‘신의 손’에 고개 숙이다!

0-0의 스코어가 계속되던 후반 30분. 페루 앤디 폴로가 오른쪽 측면을 뚫고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라울 루이디아스가 그대로 받아 넣어 브라질 골망을 흔들었다. 페루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했지만, 브라질 선수들은 곧바로 루이디아스가 손을 썼다며 우루과이 국적 안드레스 쿠냐 주심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주심은 잠시 경기를 중단한 채 부심과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골로 판단했다.

그러나 중계화면으로는 루이디아스가 명백히 오른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나왔던 ‘신의 손’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간판스타 디에고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헤딩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주심의 눈을 피해 왼손으로 볼을 쳐 골을 성공시켰다. 훗날 마라도나는 “신의 손이 도왔다”고 고백했다.

예고된 참사?

브라질은 실점 이후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당겼지만 모두 무산됐다. 1985년 이후 31년 만에 페루에 무릎을 꿇으며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의 비운을 맛봤다. 브라질 입장에서 보면 ‘폭스버러 대참사’로 기록될 만하다.

오심에 발목을 잡혔지만, 어쩌면 예고된 참사였는지도 모른다. 브라질은 약체 아이티와의 2차전에서 7-1의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에콰도르와의 1차전에선 0-0으로 비기는 등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무뎌진 공격력의 상당 부분은 네이마르의 공백 탓으로 볼 수 있다. 브라질 전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네이마르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위해 2016 코파 아메리카에 나서지 못했다. 소속팀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2개 대회 연속 출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자국에서 펼쳐진 2014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1-7의 참패를 당한 뒤 2010남아공월드컵 때 사령탑을 맡았던 카를로스 둥가 감독에게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둥가 감독은 팀 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이번 대회에 티아고 실바, 다비드 루이스(이상 파리 생제르맹), 마르셀로(레알 마드리드) 등 정상급 선수들을 부르지 않아 선수구성 단계부터 적잖은 잡음을 일으켰다.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되자 기다렸다는 듯 브라질 현지에선 해임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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