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아버지와 나’…꼰대들 방송가 점령하다

‘안물안궁’.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의미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엄마와 이모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냐는 엄마 고두심의 제안에 딸 고현정이 던진 말이기도 하다. 여기에 “누가 꼰대들 이야기를 돈 내고 읽어?”라는 말이 쐐기를 박는다.

그동안 인생의 전성기를 한참이나 지난 황혼들은 주로 극의 ‘주변인’을 담당했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 소위 ‘꼰대’들, 그리고 ‘꼰대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새로울 것도, 궁금할 것도 없을 것만 같았던 ‘꼰대’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있다”고 외치는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그린 ‘디어 마이 프렌즈’와 아버지와 아들의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일주일을 그린 tvN 예능프로그램 ‘아버지와 나’가 대표적인 예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인공들의 평균 나이는 75세고, ‘아버지와 나’의 주인공들은 장성한 아들들을 둔 중년의 평범한 아버지다.

꼰대들의 인생 찬가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지난 인생을 정리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평균 나이 75세 꼰대들의 인생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나간 사랑에 가슴 아파하고, 새로운 사랑에 두근거리기도 하며 ‘세계여행’을 꿈꾸기도 하는 모습은 젊은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

‘아버지와 나’에서는 연예인 아들과 그들의 아버지, 단 둘만의 여행기를 보여주고 있다. 단 둘의 여행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내 불편해했던 아들들은 여정이 무르익으며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며 코 끝 찡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엄마는 없어도 되지만, 마누라는 없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바비 아버지의 모습은 여느 20대보다도 로맨틱하고, 이탈리아 포지타노의 풍광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추성훈 아버지의 눈빛은 아이보다 맑다. 본인의 인생에 집중하느라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며 아들들은 ‘아버지’, ‘남편’이 아닌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다져나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그저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어른들이 ‘꼰대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애환이 담겨 있어 소중하고 슬프지만 웃긴 ‘웃픈’ 꼰대들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