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프로스포츠, 불법 근절 대책들

K리그 정기교육·면담·핫라인 운영
“이상한 돈거래 즉시 신고하는 분위기”
KBL, 스마트폰 앱으로 일대일 교육
아마선수들에겐 법무부 특별교육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의미다. 이 속담처럼 되지 않으려면 사전준비가 절실하다. 또 더 중요한 것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소 잃고 외양간 잘 고쳐야’ 한다. 그래야 다시 소를 잃지 않는 법이다.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는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아픔을 갖고 있다. 프로농구의 경우, 지난해 특정팀 감독이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받은지 4개월여 만에 프로선수들까지 대학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즌 운영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BL(한국농구연맹)은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등 더욱 각별하게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K리그, 부정방지활동의 생활화 강조

프로축구에선 2011년 5월 초대형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처음에는 선수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연루된 선수의 숫자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 때문에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한 선수가 50여명에 이른다.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는 상처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영역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K리그는 2013년 발생한 심판의 금품수수 파문으로 인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와 같은 부정경기 방지를 위해 미래전략팀에서 ‘부정방지활동계획’을 수립했다. 연맹은 연간 4회에 걸쳐 부정방지교육을 실시하고, 각 구단 해당업무 관계자가 선수들을 면담하도록 정했다.

올 3월에는 프로축구연맹 주도 하에 특별강사를 초청해 교육을 진행했다. 8월에도 또 한 차례 연맹 주도로 교육할 실시할 예정이다. 면담일지는 연맹에서 양식을 제작해 각 구단에 배포했으며, 시즌 개막 시기인 3월에는 부정방지서약서를 통해 선수들에게 정정당당한 경기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아울러 클린센터 및 핫라인을 상시 운영해 부정행위 적발 시 언제든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핫라인을 통해 연맹 사무총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즉각적 조치가 가능하다.

프로축구연맹 김기범 미래전략팀장은 “지속적 교육을 통해 선수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자신뿐 아니라 구단, K리그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지인과의 관계에서 돈 거래 시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다면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신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구단과 연맹에서 이를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스포츠도박 등의 부정행위방지를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부정방지 포스터를 제작해 각 구단에 배포했고,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불법 스포츠도박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 또 현장 경호요원들의 협조 속에 경기장 안팎의 불법 중계자 단속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KBL, ‘클린 바스켓’ 선언

농구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가운데 불법 스포츠도박의 타격이 가장 심했던 종목이다. 관련된 사건이 3차례나 터졌다. 그만큼 불법 스포츠도박의 재발을 막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KBL은 클린바스켓센터를 설치해 매 경기를 모니터링하는 요원을 별도로 두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부에서 제공한 기본 교육 매뉴얼을 KBL 자체적으로 보강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의 교류를 통해 핫라인도 개설했다. 행여 모를 승부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시즌 도중 펼쳐지는 매 경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평소보다 유독 실책이나 에어볼이 많은 선수의 플레이까지 재확인하는 등 세세한 확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방지 교육도 대폭 강화했다. 현역 프로선수, 지도자, 프런트뿐 아니라 아마추어선수들로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했다. 형식적 교육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법무부와 교류협약을 맺고, 아마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실시했다.

이뿐이 아니다. 불법 스포츠도박 방지 교육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상·하반기로 나눠 어플리케이션에 불법 스포츠도박 관련 동영상과 문답식 설명을 업데이트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게 했다. KBL 이준우 사무차장은 “몇 차례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교육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럴 경우 특정 선수가 다른 선수들의 교육까지 일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가진 선수가 직접 인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용적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다. 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선수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