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예쁜’ 타격폼, 그래서 더 신기한 강정호 홈런

입력 2016-06-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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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강정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무너질 듯 하면서 하체에 힘 싣는 폼
39G만에 10홈런,작년보다 61G 빨라
송재우 해설 “예쁜 폼보다 파워 집중”


피츠버그 강정호(29)는 2016시즌 39경기 만에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3.9경기, 12.7타수 당 홈런 하나씩 쳐낸 셈이다. 지난해(100경기)보다 61경기나 빠른 페이스다. 올 시즌 홈런 10개를 살펴보면 소위 말하는 ‘예쁜 스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우스꽝스러운 타격폼으로도 잘 치면 그만이다. 무너진 듯한 타격폼으로 어떻게든 홈런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야구선수들에게 하체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서는 하체고정과 허리회전이 필요하다. ‘강정호의 타격폼에서 어떻게 홈런이 나올까’라는 질문이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PNC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홈경기에서 나온 10호 홈런은 제프 사마자의 3구째 시속 141km(88마일)짜리 낮은 코스 슬라이더를 걷어 올린 것인데, 이 또한 타석에서 주저앉는 듯한 자세로 쳐냈다. 비거리도 129m였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ML) 데뷔 첫해인 2015시즌과 가장 큰 차이는 코스의 다양화다. 홈런 타구와 상대 투수의 공 모두 해당된다. 지난해에는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의 공을 공략해 만들어낸 홈런이 많았다면, 올해는 바깥쪽 투심패스트볼을 밀어치거나 몸쪽 빠른 공을 잡아당겨 아치를 그려낸다. 홈런 타구의 방향도 다양하다. 올해 강정호는 좌측으로 4개, 좌중간·중앙·우측으로 각각 2개씩 때려냈다. 어떻게든 타구에 힘을 실으려 노력한 결과다. MBC스포츠+ 송재우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예쁜 폼으로 타격하기보다 어떻게든 타구에 힘을 싣겠다는 생각으로 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균형이 무너진 듯하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힘을 실어 타격한다는 얘기다.

또 기존에 강했던 높은 코스의 빠른 공은 놓치지 않는다. 2015시즌을 통해 ML에 확실히 적응했고, 그만큼 자신감도 얻었다. 올 시즌 홈런의 90%(9개)가 3점차 이내의 승부에서 나왔다는 점은 강정호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강정호가 무릎 부상을 털고 232일 만에 돌아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걸려 왼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무릎 내측 측부인대와 반월판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타격 시 들어올리는 왼 다리가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 상태에 맞는 자세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ML 데뷔 2번째 시즌에 2010년 추신수(당시 클리블랜드)의 ML 한국인 최다홈런(22개)을 넘어설 기세다.


한편 텍사스 추신수(34)는 미국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홈경기에 1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시즌 2호 홈런(1점)을 터트리는 등 3타수 1안타 1타점의 활약으로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타율은 0.220(50타수 11안타).

볼티모어 김현수(28)는 샌디에이고와 홈경기에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시애틀 이대호(34)는 디트로이트와 원정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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