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천재’ 진종오 “더 완벽해야 한다”

입력 2016-07-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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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가 6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6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2일째 남자일반부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손에 쥐고 미소 짓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진종오가 6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6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2일째 남자일반부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손에 쥐고 미소 짓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사격황제’가 말하는 올림픽

한화배 4관왕, 어깨통증 불구 실력 여전
4번째 올림픽 “출전할수록 압박감 커져”
“올림픽? 최대한 완벽함에 다가가는 것”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닌 노력이다!’

‘사격황제’ 진종오(37·kt)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사격에선 일찌감치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그이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의 사전에 대충은 없다. 국내대회든, 국제대회든 자신이 출전하는 모든 무대에서 한 발, 한 발 정성을 쏟고 공을 들여 방아쇠를 당긴다.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진행 중인 2016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는 진종오의 놀라운 실력과 집중력이 다시금 확인된 장이었다. 5∼6일 이틀에 걸쳐 출전한 남자일반부 2개 종목에서 4관왕에 올랐다. 대회 첫날 주 종목인 50m 권총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 데 이어 2일째 10m 공기권총에서도 개인·단체전을 싹쓸이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국내에서 열리는 최종 점검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극심한 어깨 통증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갈채를 받았다. “(선수에게) 아프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좀더 철저히 몸을 관리해 올림픽을 잘 대비하겠다.”

리우올림픽은 진종오에게 4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2004년 아테네대회부터 꾸준히 출전했다. 물론 목표도 분명하다. 한국사격 최초의 올림픽 3연패. 2008년 베이징에서 50m 권총, 4년 전 런던에서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모두 시상대 꼭대기에 우뚝 섰다.

그러나 진종오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올림픽’이라는 단어의 특별함과 도전을 통한 설렘은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은퇴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일각의 시선은 오히려 그를 더욱 자극할 뿐이다. 냉정히 말해 지구상 어느 누구도 진종오를 감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국내·외 1인자의 자리를 굳게 지켜왔다. 그래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에 출전할수록 압박감은 커진다.



“아테네대회를 준비할 때 주위에선 ‘정말 잘하겠느냐’는 물음표를 보냈다. 은메달을 따니 ‘곧잘 한다’로 바뀌었다가,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따자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런던을 기점으로 ‘금메달리스트니까 더 잘해야 한다’며 부담을 준다. 지금도 똑같다.”

완벽한데도 더욱 완벽해지려고 하는 모습이 ‘1인자 중에서도 냉혹한 1인자’라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진종오도 조급(?)해 보일 때가 있었다.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었다. 본래 그는 방아쇠를 당기는 타이밍이 늦는 편이었다. 그러다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결선부터 1명씩 탈락자를 늘려가는 서바이벌 룰로 바뀌자, 격발시간이 빨라졌다. 총을 쏠 때마다 서로의 결과를 곧장 표적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상대에게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어쨌든 진종오는 다시 예전의 템포로 돌아왔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가장 잘 맞는 타이밍에 맞춰 총을 쏜다. “결선에선 긴장을 많이 하다보니 꾸준히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는 짤막한 설명에서 나온 ‘긴장’이란 단어가 베테랑의 인간미를 새삼 풍기게 한다.

이제 리우올림픽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진종오의 답은 분명했다. “50m 권총의 준비는 거의 끝났다. 그런데 10m 공기권총은 덜 여물었다.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불필요한 동작이 있고, 불규칙함이 느껴진다. 점수나 기록을 높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감각을 다듬어가며 최대한 완벽함에 근접하는 시간이다.”

청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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