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승준. 스포츠동아DB
● 홈런 드리는 SK행복드림구장
SK가 팀 홈런 1위를 차지한 건 총 3차례 있었다. ‘왕조’ 시절이던 2007년(112개)과 2009년(166개), 2012년(108개)이었다. 그러나 2014년 6위(115개), 지난해 5위(145개)에 그치는 등 최근 ‘타고투저’ 흐름 속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해는 10일까지 106개로 부동의 1위다. 연속경기홈런 행진이 그 정점이었다. 21경기 동안 SK는 총 39개의 홈런을 폭발시키며 14승(7패)을 거뒀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친화적 구장(좌·우 95m, 중앙 120m, 펜스높이 2.42m)이 된 인천 SK행복드림구장 효과가 컸다. 39홈런 중 17개가 안방에서 나왔는데, 이 기간 원정팀이 친 홈런은 10개였다.
SK는 지난해부터 홈구장에 맞춘 선수단 구성을 단행했다. LG와의 트레이드로 4번타자 정의윤을 영입했고, FA(프리에이전트) 정상호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LG에서 최승준을 데려왔다. 2명 모두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좌·우 100m, 중앙 120m, 펜스높이 2.6m)에서 장타력을 만개하지 못해 주축에서 밀려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SK는 타구의 평균 비거리 등을 고려
해 바뀐 구장에서 효과를 볼 것이라고 확신했다.
● 공포의 5번 타자 최승준
SK는 과거 목동구장을 쓰면서 홈런으로 재미를 본 넥센의 길을 따랐다. 기존 선수들에게도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장타에 초점을 맞춘 스윙을 권장하는 등 팀의 방향성을 바꿨다.
특히 최승준은 팀 연속경기홈런 신기록을 작성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21경기서 기록한 39홈런 중 3분의1인 13개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뒤늦게 주전으로 떠올랐지만, 홈런 페이스만큼은 최고다. 타수당 홈런 0.12개(165타수 19홈런)로 NC 테임즈(0.10개·239타수 25홈런)를 크게 앞질렀다. 6월28일 수원 kt전에서 개인 첫 3연타석 홈런, 6월30일 수원 kt전부터 7일 문학 한화전까지 5연속경기홈런을 기록하는 등 장타에 관한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6월 MVP(최우수선수)도 차지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던 최승준은 시즌 초 2군행 등 시련을 겪었지만, 코칭스태프의 꾸준한 믿음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5번 타순에 자리 잡으면서 피할 수 없는 중심타선을 구축한 것도 연속경기홈런 신기록의 원동력이었다. 4번 정의윤에 집중된 견제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