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산을 오를 때 꼭대기를 보고 오르려면 절대 오를 수가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보니 정상에 닿더라”며 사업 성공의 비결을 말한 바 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즐거움을 두고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다.
두산은 12일까지 55승(1무25패)을 거뒀다. 승리가 패배보다 무려 30개 많다. 1승 1승 차곡차곡 쌓다보니 어느새 KBO리그의 역대급 최강팀까지 위상이 올라갔다. 이 팀을 이끈 수장 김태형 감독의 전반기 결산 소감도 “이 정도로 결과가 좋을 줄은 몰랐다”였다. 그러나 김 감독이 진정 만족하는 지점은 전반기 압도적 1위가 아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 속에서 얻은 성과들이었다. 동시에 현재에 도취하지 않는 위기의식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
● “전반기 최고 성과는 주전 3명을 키운 것”
감독이라는 자리는 똑같은 사안을 접해도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야 할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이 팀 두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바깥에서는 두산의 선수층이 두껍다고 부러워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백업을 강화하는 팀이 아니라 주전을 키우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이 맥락에서 김 감독이 가장 흡족해하는 전반기 업적은 “박건우, 김재환, 오재일을 주전선수로 올려놓은 것”이다. 한 팀에서 3명의 주전선수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활력이 돌았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에서 성적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두산은 김현수(볼티모어)를 잃었으나 이 자리를 메우는 과정에서 3명의 주전을 얻었다. 시즌 전에 두산 김태룡 단장은 “오재일이 시즌 20홈런만 치면 또 우승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는데, 12일까지 세 선수(오재일 9홈런, 김재환 21홈런, 박건우 11홈런)의 홈런 합계만 41개에 달한다.
● “불펜보다 내야 키스톤 관리가 더 걱정”
흔히 김 감독의 선수기용을 보수적으로 보는 관점이 강하다. 실력제일주의인 김 감독 성향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쓰는 선수만 쓰는 현실에 김 감독이 정작 안주하는 것은 아니다. 정재훈, 이현승에 의존하는 불펜 이상으로 김 감독이 머릿속에 품고 있는 장기적 고민은 2루수 오재원, 유격수 김재호의 관리다. 이 두 선수가 흔들리면 팀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잠재력 풍부한 유망주들은 눈에 띄지만 아직은 덜 여물었다. 결국 두산의 후반기는 선발, 불펜, 야수 할 것 없이 ‘관리’에 달렸다. 두산의 후반기는 결국 한국시리즈 2연패로 가는 최적의 길을 찾는 과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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