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 수원, 승부차기 끝에 성남 제압
성남 김태윤, 전반 자리싸움 퇴장
수원도 경고 누적으로 2명 퇴장
수원삼성-성남FC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이 펼쳐진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의 특성상, 수원 서정원 감독과 성남 김학범 감독은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수원은 염기훈 조나탄 권창훈 산토스 등 정예 멤버들을 모두 선발로 내세웠고, 성남도 티아고 황의조 김두현 박용지 등 베스트 멤버들을 가동했다. 더욱이 두 팀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4일 만에 다시 똑같은 상대와 만나야 하는 ‘특수상황’이라 이날 두 팀의 필승의지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간절함이 컸기 때문인지, 두 팀 선수들의 ‘과욕’이 화를 부르기도 했다. 전반 19분 성남 진영에서 수원 염기훈이 프리킥을 시도할 때, ‘자리싸움’을 하던 성남 김태윤과 수원 이종성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다 나란히 퇴장당했다. 김태윤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았고, 전반 6분 이미 경고를 받았던 이종성은 2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성남 간판 외국인선수 티아고가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전반 24분 장석원으로 교체된 데 이어 전반 종료 직전에는 수원 구자룡이 2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전반에만 3명이 그라운드에서 쫓겨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양 팀 벤치는 뜻하지 않은 변수 탓에 평소보다 더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여야 했다. 전반 22분 고차원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은 수원 서 감독은 후반 수적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조나탄, 산토스 등 외국인 공격수들을 모두 빼고 수비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필드플레이어 수에서 수원(8명)보다 1명 많은 9명으로 후반을 맞은 성남은 수적우위를 앞세워 줄곧 상대 골문을 노렸지만 쉽사리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슛이 잇달아 골문을 살짝 벗어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애타게 동점골을 노리던 성남의 바람은 의외의 모습으로 실현됐다. 후반 38분 피투의 코너킥이 수원 수문장 양형모가 앞으로 나온 사이 그대로 골문으로 향했다. 진기한 ‘코너킥 골’이었다.
엉겁결에 동점골을 허용한 수원은 후반 종료 때까지 오히려 공격을 주도했지만 골로 연결하진 못했다. 동료들의 줄퇴장으로 평소보다 체력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었던 양 팀 선수들은 결국 전후반 90분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치열한 연장승부에 접어들었다. 혈투에 가까웠던 연장 승부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최종 승자는 4-3으로 이긴 수원이었다. 수적열세를 딛고 끝까지 분투한 수원의 투혼이 마지막 순간 빛을 발했다.
수원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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