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쿠샤’, 희망 찾아나선 이웃들…관객 손길 기다린다

입력 2016-07-15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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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행촌동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빨간 벽돌집이 있다. 2015년 당국의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을 만큼 심하게 훼손되고 위태롭게 선 건물이다.

‘딜쿠샤’. 1919년 3ㆍ1운동 독립선언서, 제암리 학살 사건 등을 해외에 처음으로 알린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양옥이다. 언론인이었지만 일제는 앨버트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했고 결국 1942년 이 땅에서 쫓아냈다. 추방 직전까지 이 곳에서 살았던 그의 아내는 인도의 딜쿠샤 궁전에서 이름을 따왔다. 힌두어인 그 이름은 ‘기쁨과 이상향 그리고 희망의 궁전’을 의미한다.

이 곳에선 아직도 녹록치 않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 파출부로 살아가면서도 노래의 꿈을 잃지 않는 트로트 가수 김정옥(억순이)을 비롯한 이웃들이다. 그 역시 2000년대 초반 영화 제작을 꿈꾸다 어려움 끝에 뇌출혈로 쓰러진 뒤 3급 장애를 얻은 김태영 감독이 그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1970년대 인기 밴드 영사운드의 드러마 김만식, 기러기 아빠 나종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연극연출가 기홍주씨의 이야기도 다큐멘터리 영화로 엮였다.

영화는 이들이 꿈꾸는 이상향과 기쁨을 찾아 나선다. ‘판타지 다큐멘터리’라 내세우지만 실상 그것은 이들 이웃들이 힘 얻어 살아가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세계영화기행’ 등 수작의 다큐멘터리로 한국방송대상 등을 수상한 김태영 감독의 솜씨는 여전하다. 영화는 이미 제16회 전주국제다큐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제7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에서도 공식 상영됐다.

그리고 이제 일반에 선보이길 작정하고 있다. 제작비와 개봉 비용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는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개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스토리펀딩을 진행 중이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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