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율=밀크남’이라는 판타지에 대해

입력 2016-08-01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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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언젠가부터 배우 권율이라는 이름 앞에는 ‘밀크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흰 우유 같이 밝은 피부와 부드러운 미소 그리고 그간 작품에서 보여준 스윗한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져 탄생한 수식어였다. 권율 또한 ‘밀크남’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밀크남’은 판타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권율은 인터뷰 내내 열심히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테면 ‘쇼미더머니5’의 팬이라고 밝히며 힙합 스웨그를 선보이거나 뜬금없는 개그를 던지는, 그런 것들 말이다.


Q. 드라마를 통해 자상한 남성상으로 주목받았는데 영화 ‘사냥’에서 보여준 모습은 상당히 색달랐어요.

A. ‘식샤를 합시다2’와 ‘한번 더 해피엔딩’의 이미지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죠.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이미지를 꺾고 캐릭터에 덜 투영될 수 있게 만들고자 했어요. 의외성이나 반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죠. ‘사냥’의 맹실장은 맹한 구석이 있지만 너무 악해 보이거나 미워 보이지 않는 인물이에요. 우락부락한 사내 사이에 등장한 여린 청년이죠. 제가 가진 ‘이미지’나 몽타주상의 이미지가 영화적인 재미를 주지 않았나 싶어요.


Q. 부유한 느낌과 밀크남 이미지가 있기에 오히려 캐릭터가 더 산 느낌이에요.

A. 부유하게 자라지는 않았어요. 평범하지만 감사하게도 크게 불편함 없이 자란 정도죠. 그리고 살은 원래 잘 안 타는 편이에요(웃음). 빨갛게 익었다가 다시 하얘지더라고요. 제가 가진 본연의 이미지 덕분에 의외성의 측면에서 캐릭터가 재밌게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Q. 밀크남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감사하죠. 수식어를 싫어할 배우가 어디 있을까요. 다만 한 이미지에 고착되지 않고 싶지는 않아요. 여러 역할을 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서의 신뢰감과 저 스스로의 카타르시스에 위해 노력하려고요. 밀크남이라는 판타지뿐 아니라 권율이라는 배우의 판타지도 넓히고 싶어요.


Q. 밀크남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A. 뭔가를 의도적으로 만들 수도 없고,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나는 것 이상의 운명과 인연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때그때 저에게 주어지는 작품과 작업을 하려고 해요. 밀크남뿐 아니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요. ‘권율 참 재밌는 친구네’라고 생각할 수 있게요. 앞으로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욕심나는 캐릭터를 ‘거침없이’ 해나갈 거예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그때그때 캐릭터를 만나서 해온 필모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A.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물론 저 스스로에 대해서는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도 많겠죠. 그래도 모두 소중하고 중요한 작업이었어요. 작품 하나하나가 쌓여서 ‘권율은 이런 배우구나’라고 각인된다고 생각해요. 한 치의 후회도 없고 안 좋게 생각하는 작품도 없어요.


Q. 긍정적인 성격이네요.

A.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지금 제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절실히 그리고 충실히요. 장난기도 많고 긍정적인 편이에요.


Q. 권율이라는 사람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A. 단순하고 심플해요. 밥 먹고 운동하고 청소하고 빨래 돌리고. 약속이 있으면 집 밖으로 나가고요. 영화를 보기도 하고 농구를 하기도 하죠. 야구도 좋아하는데 두산 베어스를 응원해요. ‘쇼미더머니5’도 즐겨봤어요. 힙합 정신과 그들만의 리그 문화 규칙에 호기심이 가더라고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거잖아요. 모르는 분야라서 더 끌리는 것 같아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어떤 배우, 어떤 사람을 추구하나요.

A. 제가 가진 생각을 관객과 공유할 수 있을 때 보람을 느껴요. 관객들이 제 연기를 통해 감동받고 기뻐해주고 눈물 흘릴 때 정말 감동적이죠. 연기 외적으로도 마찬가지죠.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행복한 기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하고요.


Q. 연애할 때도 같나요.

A. 연애 방식도 상대를 편안하게 배려해주는 남자를 추구해요. 저의 소중한 것과 지켜야 할 것을 양보하고 다 줄 수는 없겠지만 여유 있게 배려해주고 싶어요. 그런 남자가 되고 싶고, 되기 위해 노력하고요.


Q.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배우상은 어떤가요. 동물에 비유하자면요.

A. 음…개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제가 강아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로도 개띠거든요. 개는 어떤 현장에서든 충직한 동물이잖아요. 기쁨을 주기도 하고 사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지켜주기도 하고요. 개처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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