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연상호 감독, ‘부산행’ 이어 ‘서울역’ 흥행 달리나

입력 2016-08-10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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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을 통해 첫만 축포를 터뜨린 연상호 감독이 이달 새 영화를 극장에 내건다. 이번에는 자신의 주전공인 애니메이션 영화이자 ‘부산행’의 프리퀄 작품인 ‘서울역’이다.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진행된 영화 ‘서울역’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연상호 감독과 더불어 ‘서울역’에서 목소리 연기한 류승룡 심은경 이준이 참석했다.

‘서울역’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이 된 대재난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행’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 ‘부산행’이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렸다면 ‘서울역’은 무겁고 절망적인 전개에 가깝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과 ‘서울역’은 많이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색깔이 굉장히 다른 두 영화가 하나의 짝으로서 개봉한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즐거운 일”이라며 “‘서울역’이 개봉함으로서 ‘부산행’의 내적인 의미가 달라진 것 같다. 결을 찾아가고 있다. 두 작품을 한 시기에 내놓을 수 있어서 감독으로서 행복하다”고 감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역’은 예산이 큰 영화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가진 생각 중에 극단적인 것을 담아내기 좋은 그릇이었다. 한 사람으로서 여러 생각을 하면서 산다. 이가운데 극단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싶을 때 애니메이션을 사용한다”며 “이 영화의 엔딩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이비’ ‘돼지의 왕’도 그렇지만 관객이 ‘서울역’의 비관적인 엔딩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회에 나간다면 이 영화가 끝이 아니라 무언가의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극 중 가출 소녀 혜선을 목소리 연기한 심은경은 “‘서울역’은 ‘부산행’보다 암울하고 또 잔인한 면도 있다. 사회적인 이념과 단면을 담은 영화”라며 “어떻게 보면 희망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서울역’을 통해 역설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기 때문에 ‘실사로 만들어지면 어떨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전작들처럼 ‘서울역’도 선녹음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완성작에 더빙으로 캐릭터의 목소리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콘티만 있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는 식이다.

연상호 감독은 “‘선녹음’은 단순히 미리 녹음하는 개념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이비’에서도 양익준과 오정세가 어떻게 연기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글이 다가 아니라 그들의 연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사이사이를 채우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선녹음하는 것”이라며 “내가 창조하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아티스트의 연기 방식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선녹음을 한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캐스팅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연상호 감독의 작업 방식에 크게 만족감을 드러냈다. 먼저 심은경은 “‘부산행’의 좀비 연기보다 ‘서울역’의 혜선 캐릭터의 더빙이 더 힘들었다. 더빙은 자주 접할 수 없는 전문적인 분야였다. 전문 성우도 있는데 내가 섣불리 도전하는 것 같아서 걱정됐다. 어떻게 하면 실감나게 캐릭터의 목소리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감독님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목소리 연기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콘티를 보면서 자유롭게 전시 녹음을 했다. 감독님의 방식으로 연기하다 보니까 입 모양을 맞추는 등의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혜선의 감정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연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의 연출 방식 덕분에 목소리 연기에 대한 우려를 덜고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혜선을 보호하는 남자친구 ‘기웅’을 맡은 이준은 “과거 애니메이션 더빙을 할 때는 입 모양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서울역’은 스케치만 보고 녹음해서 그냥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어서 편했다. 일한다는 느낌을 안 받고 놀면서 작업한 것 같다. 감독님이 정말 열정적이더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부산행’ 심은경의 연기를 보고 부럽더라. 나도 이 세상에 있는 좀비 영화를 거의 다 봤을 정도로 팬이다.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해보고 싶다. 관절이 잘 꺾이는 편이다. ‘부산행’의 좀비들을 보면서 따라 해봤는데 잘 되더라. 잘 꺾을 수 있으니까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딸을 찾아 거리로 나선 아버지 ‘석규’를 목소리 연기한 류승룡은 “‘서울역’ 말고도 이전에 서너편 정도 애니메이션 더빙을 해본 적이 있다. 아이들과 손잡고 볼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 더빙을 시작했다”며 “그림에 입을 맞추는 것 때문에 어색함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갑옷을 입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연기의 폭도 더 넓어진 것 같다. 다만 이번 작품은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나면 볼 것”이라고 더빙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16년 첫 1000만 영화 ‘부산행’의 흥행 바이러스가 ‘서울역’에까지 닿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상호 감독이 선보이는 또 하나의 좀비물 ‘서울역’은 8월 18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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