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디스를 부르는 ‘언프리티 랩스타3’ 진짜로 디스하기

입력 2016-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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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육지담이나 프로듀스101 의상으로 갈아입고 온 전소연, 뒤늦게 상대방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고 SNS를 뒤적거리는 그레이스와 애쉬비의 모습은 오히려 상대방을 디스할 생각도 관심도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사진=영상 갈무리

'디스 배틀'이 아니라 '디스 유발'이다.

'언프리티 랩스타' 시리즈의 명물 디스 배틀이 시즌3에서도 어김없이 펼쳐졌고, 어김없이 얼토당토않은 장면들로 디스 욕구를 솟구치게 만들었다.

19일 방송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3'의 미션 주제는 1:1 디스 배틀이었다. 디스 배틀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 2에서도 존재했던 미션이고, 이에 앞서 '쇼미더머니' 시리즈에서도 꾸준히 등장한 미션이다.

문제는 이 '디스 배틀'이 꾸준히 등장하는 것부터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단 디스랩은 힙합의 필수 요소가 아니다. 만약 디스랩이 힙합의 필수요소라면 전세계 모든 랩퍼들이 통과의례처럼 디스랩을 발표해야겠지만, 당연히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는 딱히 힙합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간단히 알 수 있는 이치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의 시리즈는 마치 랩퍼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디스랩을 해야하는 것처럼 디스 배틀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힙합이라는 문화와 음악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물론 '언프리티 시리즈'가 '디스 배틀'을 펼치는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갖다 붙일 수 있다. 디스를 당해도 기죽지않고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는 당당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고, 다양한 주제의 랩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다.

아름답게 포장한다면 위와 같은 이유가 되겠지만 현실적인 -그리고 가장 설득력 있는 - 이유는 역시 자극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이슈과 시선을 끌기 위함이다.

상대방의 치부를 들추고 험한 단어도 불사하며 비난을 가하는 디스랩의 선정성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고,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이슈를 낳는 거위' 같은 디스 배틀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제작진의 이런 입장을 이해하고 '언프리티 랩스타'에는 디스 배틀이 필요하다고 치자. 하지만 맥락없는 디스랩은 재미도, 의미도, 사연도, 통쾌함도, 아무것도 없이 오직 스트레스만을 남길 뿐이다.

이날 방송된 디스 배틀이 꼭 그랬다. 시즌1의 경우 적어도 타이미와 졸리브이라는 디스 배틀에 적합한 사연을 지닌 출연자가 있었다. 하지만 시즌2부터는 맥락없이 단지 미션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자끼리 디스 배틀을 시키기 시작했고, 시즌3에서는 뻔히 보일 정도로 억지성 대결구도마저 만들어가고 있다.

그나마 시즌2에서는 디스 배틀을 통해 예지라는 스타가 탄생하기라도 했지만, 시즌3에서는 이마저도 없었다.

맥락없이 디스 배틀을 시키니 고달프기는 랩을 하는 이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감정도 관심도 없던 상대를 두고 디스랩을 하라고 하니 그제야 인터넷에서 과거 행적을 뒤적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디스랩이 나올 가능성은 애초에 희박했다.

그러다보니 몇몇 랩퍼들은 랩 자체보다 퍼포먼스에 더 집중하거나, 디스랩을 그저 재미를 위한 이벤트정도로 생각하고, 의욕 자체가 없는 출연자도 눈에 띄었다.

프로로서의 실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여성랩퍼가 손에 꼽는 수준인 국내 힙합씬에서 '언프리티 랩스타'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프로그램이다.

당장 지금의 시즌3만 해도 시즌1, 2에 비해 출연진의 실력과 인지도가 모두 떨어진다는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대와 음악만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국인데, 마음에도 없는 디스랩을 시키니 제대로 된 무대가 나온다면 그것이 되려 이상한 일이다.

제 아무리 손가락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화제성과 이슈성을 지닌 프로그램을 버리기 아까운 제작진의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있어 하던 화제성과 이슈성도 감소하는 추세인데다가, 시청자가 '랩퍼'라고 납득할만한 출연진도 줄어들고 있다.

이미 시즌3를 진행중에 있지만 '언프리티 랩스타' 시리즈는 시즌1에서 끝내는 것이 베스트였다.

혹시 못 알아들을까봐 직접적으로 다시 이야기하면 '언프리티 랩스타'는 시즌3 종료 후 폐지가 답이다.

쿨키드가 어떤 이유로 랩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방송에 합류하자마자 생판 처음 본 상대에게 디스를 하라는 미션은 말문이 턱 막힐 만한 상황이었다.
또 유나킴은 아무 맥락없이 디스를 하라는 황당함 때문인지 미션 자체에 그리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사진=영상 갈무리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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