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금메달 ‘골든슬램’ 쾌거

입력 2016-08-21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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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28). 스포츠동아DB

-116년 만에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 목에 걸어
-커리어 그랜드슬램, 명예의 전당 이어 여자골프 새 역사
-16언더파 압도적 우승…리디아 고 은메달 만족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돌아왔다. 116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골든슬램’을 완성하며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에 보기는 2개로 막아내며 5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상도 그 어떤 역경도 박인비를 가로 막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파 퍼트를 성공시킨 박인비는 그제야 미소를 띠며 ‘올림픽 챔피언’의 감격을 누렸다.

한국계 리디아 고(뉴질랜드·11언더파 273타)가 은메달, 중국의 펑샨샨이 10언더파 274타를 쳐 동메달을 획득했다.

●116년 만에 올림픽

박인비는 위대했고, 기록은 역사로 남게 됐다. 2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박인비는 차분한 경기를 펼치며 도전자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공동 2위로 출발한 리디아 고가 2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면서 1타를 잃자 3번홀부터 5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6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승부의 추가 박인비에게 기울어졌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리디아 고가 주춤하자 중국의 펑샨샨이 추격했다.

10번홀(파5)에서 처음으로 위기가 왔다. 보기를 하면서 1타를 잃었다. 앞서 경기하던 펑샨샨은 9번홀부터 10번, 11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박인비를 3타 차로 쫓아왔다. 그러나 박인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11번과 12번홀(이상 파4)을 파로 마친 뒤 13번(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펑샨샨의 추격에서 달아났다.

14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하며 잠깐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15번홀(파4) 버디에 이어 17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기록한 박인비는 6타 차 선두로 달아나면서 금메달을 예약했다.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가운데 18번홀(파5)에서 마지막 티샷을 끝낸 박인비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그린을 향해 걸어갔고,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리며 올림픽 챔피언의 감격을 누렸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램(2015년),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회(2016년)에 이어 ‘골든슬램’이라는 여자 골프 역사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박인비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내 더 기쁘고 나라를 대표해서 나온 올림픽에서 우승해 더 특별하다.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부상, 역경 딛고 또 하나의 새 역사 남겨

박인비는 여자 골프무대에서 모든 걸 이룬 살아 있는 골프의 전설이다.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박인비의 골프인생은 세계 여자골프의 역사와 같이 했다.

역사의 시작은 2008년 US여자오픈이다. 19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여자골프의 기대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3년 넘게 우승하지 못하면서 긴 슬럼프에 빠졌지만,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골프여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박인비는 원조 골프여왕 박세리의 기록마저 뛰어 넘으며 한국여자골프의 또 다른 영웅으로 우뚝 섰다. 박인비가 이룬 역사는 화려하면서도 한 동안 깨지기 힘든 기록들이다. 2012년에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챔피언십에 이어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63년 만의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에는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6승째를 기록하며 박세리가 세운 한국선수 메이저 최다승(5승)을 뛰어 넘었다.

2015년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역대 7번째)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최연소 골프 명예의 전당에 가입(27세10개월28일)하면서 골프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올해의 선수상, 2012년과 2015년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 2012년과 2013년 LPGA 상금왕, 2015년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여자골프의 1인자로 군림했다.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써온 박인비가 리우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1900년 파리올림픽 이후 116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 골프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이어 여자골프 사상 처음으로 ‘골든 슬램’에 성공했다.

금메달까지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에서 허리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박인비는 이후엔 왼손 손가락 부상으로 침체에 빠졌다. 올 시즌에만 10경기에 출전해 세 차례 기권했고, 두 차례 컷 탈락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우려가 높아졌다.

부상 장기화로 인해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올림픽 출전까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박인비는 7월11일 엔트리가 확정되면서 올림픽 출전을 선언했다. 이후 다시 약 1개월 가까이 개인훈련을 하며 올림픽 준비에 들어갔지만,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그 사이 올림픽을 앞두고 제주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다수마스터스에 출전했지만, 컷 탈락하면서 불안감만 더 키웠다. 하지만 박인비는 완벽하게 돌아왔다. 컷 탈락 속에서도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박인비는 자신의 말대로 여제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여자 골퍼로 우뚝섰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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