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세상 한 줄기 빛이 된 국카스텐 [종합]

입력 2016-08-21 16:2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국카스텐, 사진=인터파크

국카스텐(하현우, 전규호, 이정길, 김기범)은 2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전국투어 '스콜(Squall)'의 서울 앙코르 공연 및 기자 회견을 진행했다.

국카스텐이라는 밴드에 대해 가장 궁금한 점은 아무래도 보컬 하현우의 MBC '복면가왕' 출연 전후일 것이다. '우리동네 음악대장'이라는 이름으로 '복면가왕'에 출연한 하현우는 전무후무한 9연승을 달성하며 '복면가왕'이 낳은 최고의 스타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역시 '복면가왕' 출연과 그로인해 달라진 인지도에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국카스텐 하현우, 사진=인터파크


먼저 하현우는 '복면가왕'의 출연과 관련해 "'복면가왕'도 나갔고, '나가수'도 나갔는데, '나가수'에는 국카스텐이라는 밴드가 있으니 알리고 싶어서 나간거다. 그런데 '복면가왕'은 나가기 전에 고민이 있었다. 밴드가 함께가 아니라 혼자라서 그랬다. 결국 국카스텐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의 목소리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해서 출연을 했고,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사랑을 받아 좋다. 또 사람들이 내 목소리에 적응을 한 거 같다. 그리고 친근감있는 이미지가 됐다. 또 자연스럽게 내가 속해있는 국카스텐으로 이어지는 관심도 있다. 그러면서 밴드사운드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서 다른 밴드에까지 관심을 갖는걸 현장에서 많이 느꼈다. 그런 부분은 자긍심도 있고, 반 년동안 '복면가왕'에 나간게 헛된게 아니구나 느꼈다. 많이 뿌듯했다"라고 '복면가왕'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또 밴드의 인기나 인지도 또한 달라진 걸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하현우는 자신들의 콘서트에 온 70대 어르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하현우는 "정말 놀란건 일흔이 넘은 분이 오셨더라. 그분들이 '몸이 힘들었는데 병이 나았다', '어두운 세상 한줄기 빛이 됐다'라고 했다 정말로. 국카스텐이, 나의 목소리가 이 사람들의 삶에 투입이 돼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었다"라고 말했다.

70대 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잠시 머뭇거리며 "우리가 아니라 그분이 하신 이야기다"라고 강조를 한 하현우는 "'복면가왕'에서 우리를 보고 감명을 받아서 유튜브에서 우리 음악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펄스'라는 신곡을 듣고 그분이 '한국의 비틀즈'라고 했다. 우리가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국카스텐 전규호, 사진=인터파크


이어 "(예능을 통해)우리에게 10명이 관심을 가지면, 6명은 우리음악에도 관심을 갖더라"라며 "음악적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없고, 세상과 우리의 얘기, 우리같은 삶을 살고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예전과 지금이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에게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런 상황은 좋은 기대감과 두근거림이다"라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음악이 아닌 실제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거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투잡을 뛰기도 했다고 밝힌 하현우는 "우리뿐만 아니라 음악하는 분이 힘들게 사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주변에서 '하현우가 건물을 샀다'라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화가 나더라. 진짜 어이가 없다. 내가 뭐 하나라도 샀으면 모르겠는데!"라고 발끈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이 못 번다. 우선 똑같이 4등분을 하고, 세션까지 하면 8명이 된다.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어서 세션 분들을 불러서 다 같이 공연을 한다. 나눠야할 몫이 많아서 몸값이 올라도 많이 못벌더라. 내가 차도 못바꿨고, 지금 상황이 딱 고기먹고 싶을 때 먹으면서 음악할 수 있는 그정도 상황이다. 물론 돈을 많이 벌고 싶긴하다. 막 투자도 하고 건물도 짓고 그러고 싶다. 그런데 사실 돈이 많아도 쓸 줄도 모른다"라고 하현우 부자설을 부인했다.

하현우의 '복면가왕' 출연은 당연히 국카스텐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있지만 반대로 몇몇 걱정되는 점도 있다. 그 첫째가 국카스텐이 아닌 '복면가왕'의 음악에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국카스텐 이정길, 사진=인터파크


이에 하현우는 "지산 락페스티벌에서 (우리음악과 커버곡의)온도차는 우리도 느꼈다"라며 "그런데 사실 거기에 대해 삐딱하게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입을 열었다.

하현우는 "우리 음악이 한국의 대중음악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관심과 위치,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 잘 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잘 알았다. 오히려 고마운게, 그런 노래를 들어서 반응이 좋은데 굉장히 쌩뚱맞은 우리의 잘하지 않은 노래를 해도 반응을 잘해준다. 조금 낯설지 모르나 그 열정이나 환호성이 이어져서 우리는 좋다. 또 (복면가왕이나 나가수의 음악도)우리가 연주하고 편곡한 노래다. 남의 노래여도 우리가 편곡해서 들려주니까 에너지와 애정은 똑같다. 저작권이 다른 가수에게 있어서 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국카스텐이 어떤 노래를 만들고 부르던 애정은 똑같다"라고 강조했다.

'복면가왕'의 출연으로 걱정되는 점 두 번째는 관심이 국카스텐이아니라 하현우에게만 집중되거나 하현우의 생각이나 사상이 변화하는 것이 아닌까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멤버들은 이구동성으로 "딱히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이정길은 "우선 우린 잘하고 못하고에 냉정하다. 이 친구가 잘 한 건 인정한다. 그리고 항상 열심히 잘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하현우는 "내가 이길 때 이 친구들은 만세를 불렀다"라고 밴드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규호 역시 "인간적으로 달라진 점은 모르겠고, 누가 잘나간다도 피부로 못느낀다. 합주할때말고는 잘 부딪히지 않아서 그렇다. 난 지금 온통 육아에만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꼬, 김기범도 "관심은 받을 사람이 받아야 잘 돌아가는 거 같다"라고 하현우의 인기는 밴드에 플러스이지 마이너스가 될 요소는 아무것도 없음을 밝혔다.

국카스텐 김기범, 사진=인터파크


어느덧 활동 9년차를 맞이한 국카스텐이지만 지금 이시점은 분명 국카스텐이라는 밴드에 새로운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카스텐 역시 이를 알고 있고, 또 이에 맞는 음악을 하려 준비중이다.

하현우는 "국카스텐을 처음에 만들때, 스스로 불량품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세상에 융화가 잘 안된, 모자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그게 우리 음악의 뿌리다. 패배주의, 분노, 염세주의 같은 게 심했다. 고등학교 때 20대가 되면 정말 자유롭게 살고 달콤하게 살 줄 알았는데, 막상 되니까 먼지가 펄펄 날리는 건설현장에 있고, 추운데 배달하고 있고 그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이상의 차이를 음악으로 해소했던거 같다. 모자란게 많아서 그 모자란걸 음악으로 채우려 했다. 남들보다 모자라다는 감정들이 우리의 어떤 자양분이 됐고, 지금은 되게 감사하다. 물론 잘 됐으니까 감사하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에 그런게 많이 담겼다. 국카스텐 1집은 지금 내가 들어도 불편한게 많다. 아프다는 걸 그냥 아프다고 표현한게 1집이었다. 그러다 2집에서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색이 좀 달라졌고, 다음은 또 달라질거다. 아프다는 걸 마냥 아프다고 한게 옛날이라며, 왜 아픈지 알겠다고 하는게 지금이다"라고 그들의 철학과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 "우리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다. 그 시대 한때 한창 활동을 한 밴드가 아니라 어떤 시대가 돼도 열심히 음악을 만들고 변화하는, 자기가 쌓았더 세계를 부술 줄도 알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음악하는 밴드가 되고 싶고, 대한민국 밴드라고 하면 '국카스텐 있잖아'하는 말이 나오도록 멋진 밴드가 되고 싶다. 이번 콘서트도 그 과정 중 하나다"라고 다짐했다.

국카스텐, 사진=인터파크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