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리디아 고·펑샨샨 추격 가겹게 따돌려
‘돌아온 에이스’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강했고, 또 완벽했다. 그 누구도 박인비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그 무엇도 박인비를 무너트리지 못했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파71)에서 펼쳐진 최종 4라운드에 나섰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미국의 신예 저리나 필러의 추격 속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금메달을 향해 전진했다.
금메달까지 남은 거리는 5710m(6245야드)밖에 되지 않았다. 1번홀을 출발해 18번홀을 끝내면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골프의 챔피언이 탄생한다. 3라운드까지 2타차 선두를 달린 박인비는 금메달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갔다.
4라운드는 박인비의 저력을 확인시켜주는 완벽한 경기였다. 일찌감치 추격자들을 따돌렸다. 리디아 고가 2번홀(파4)에서 보기로 1타를 잃자 박인비는 압박을 가했다. 3번홀부터 5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6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처럼 소리 없이 추격자의 의지를 꺾어놓는 모습은 역시 세계 최강다웠다.
승부의 추는 급속하게 박인비 쪽으로 기울었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리디아 고가 주춤하자 ‘중국의 박세리’ 펑샨샨이 추격해왔다. 9번홀부터 11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성공시킨 펑샨샨은 10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박인비를 3타차로 추격했다. 이날 경기 중 1위와 2위의 타수차가 가장 좁혀졌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박인비를 흔들어놓기에는 부족했다. 11번홀(파4)은 보기가 쉽게 나오는 까다로운 홀이다. 박인비는 신중했다. 홀까지 약 200야드 남기고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우드를 꺼내든 박인비는 공을 그린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홀까지의 거리는 멀었지만, 버디 퍼팅이 홀에 들어갈 뻔했을 정도로 위력적인 모습으로 위기를 넘겼다. 잠시 숨을 고른 박인비는 거세게 몰아쳤다.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펑샨샨의 추격의지를 꺾어놓았다. 14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하며 잠깐 주춤했지만, 15번홀(파4) 버디에 이어 17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한 박인비는 6타차 선두로 달아나며 금메달을 확신했다.
금메달까지는 이제 463m밖에 남지 않았다. 박인비는 마지막 18번홀(파5)에 올라섰다. 그린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오는 박인비의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번졌다. 3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4번째 샷을 홀에 바짝 붙여놓으면서 금메달까지 단 1m 만을 남겨뒀다. 그리고 차분히 파 퍼트를 마친 박인비는 두 팔을 벌리며 116년만의 올림픽 챔피언이 된 감격을 만끽했다.
박인비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내 더 기쁘고, 나라를 대표해서 나온 올림픽에서 우승해 더 특별하다. 한계에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고, 결과를 떠나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그 어떤 대회보다 더 기쁘고 의미 있는 우승이다”고 감격해했다. 박인비는 위대했고, 기록은 역사로 남게 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