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메바컬쳐
‘노래를 만든다’고 하면 보통 작곡과 작사를 떠올리지만, 사실 거의 모든 노래들은 작사와 작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림으로 치며 작사와 작곡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이고, 색칠 과정에 해당하는 ‘편곡’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편곡은 필연적으로 작곡이 선결된 후 뒤따라오는 2차적인 작업인데다가, 작곡가가 편곡까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리메이크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편곡도 작곡의 범주로 여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술의 발전은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지 않더라도 작곡이 가능하게 만들어주었지만, 이 경우 편곡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한 게 대부분이다. 쉬운 예로 많은 아이돌이 자작곡을 발표하지만 크레딧의 편곡란에는 다른 전문가의 이름이 올라가곤 한다.
자연스럽게 미완의 원석을 잘 다듬어 완성시켜줄 편곡의 중요성이 커졌고, 더군다나 ‘불후의 명곡’이나 ‘슈가맨’처럼 아예 편곡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작곡가들이 ‘편곡가’로 변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편곡을 맡은 뮤지션이 전면에 부각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편곡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해도 편곡 그 자체로는 작곡이나 가창에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슈가맨’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슈가맨’에는 많은 작곡가와 음악가들이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부여받고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편곡의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필터(Philtre) 역시 ‘슈가맨’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은 뮤지션이다. 그룹 플래닛쉬버의 멤버이자 솔로 뮤지션이기도 한 필터는 ‘슈가맨’에서 크러쉬와 로꼬가 부른 ‘아마도 그건’, 다이나믹듀오가 부른 ‘너 하나만을 위해’, 샤이니 종현의 ‘사랑해 이 말 밖엔’, 레드벨벳의 ‘너에게 원한 것’ 등의 편곡을 맡아 유명세를 떨쳤다.
혹시 ‘슈가맨’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혁이 부른 ‘응답하라 1988’ OST ‘소녀’의 편곡을 맡은 뮤지션이라고 설명하면 알기 쉬울 것이다.
이 필터와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는 궁금해서였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데다가 솔로앨범까지 준비 중인 뮤지션에게 남의 노래를 편곡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 건 무례한 요청일수도 있지만, 일단은 편곡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앞섰다.
다행히 필터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먼저 필터는 “굳이 분류를 하자면, ‘슈가맨’의 경우 기존에 있던 노래를 재편곡하는 거고, 음반 노래는 없던 노래를 만드는 거다”라고 편곡의 성격을 구분한 후 “둘 다 일이니까 힘들긴 한데, ‘슈가맨’은 부담감이 있었다. 유명한 곡이다 보니, 그 노래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 곡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라고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물론 걱정만큼 보람도 있다. 필터는 “이 곡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반응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필터는 “항상 그렇다. 원곡에 대한 향수나 추억이 그런게 있으니까 ‘원곡이 낫네’ 라는 댓글들은 기본적으로 깔고 간다. 가끔 ‘이런 곡들이 이런 식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구나’라고 할 때는 기분도 좋고, 처음 상상할 때 ‘더 좋게 만들자’가 최우선 목표니까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하고 있다”라고 ‘슈가맨’의 편곡 작업을 맡은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슈가맨’에서 편곡자에게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붙여준 것에 대한 것이다.

사진=아메바컬쳐
일단 프로듀서와 편곡자는 같은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필터는 최근 추세가 일정부분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필터는 “프로듀서는 앨범의 콘셉트나 진행사항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작곡가를 섭외하고 그런 역할인데, 어찌 보면 (편곡자가)프로듀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적이 개념으로 프로듀서는 총감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요즘은 추세가 트랙이 중요해져서 편곡을 하다가 공동작곡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사실 뭐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긴 한데, 요즘 같은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곡의 색깔을 만드는 게 편곡이라는 작업이다.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만드는 게 작곡이라면, 편곡이 그걸 흥얼거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편곡자의 역할과 비중이 커졌다고는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안에서의 이야기이지,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편곡자가 작곡까지 같이 하지 않는 이상 주목을 받기는 힘들다.
필터 역시 이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필터는 “CD도 그렇고 음악방송 같은데서 작사, 작곡은 나오는데 편곡에 대해서는 크레딧이 안 나올 때 아쉽긴 한다. 리뷰에 ‘피아노 멜로디 좋구나’라고 적혀있으며, ‘이거 내가 만들었는데’라고 할 때가 있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현실적인 아쉬움도 있다. 저작권 관련 지분이 그렇다. 필터는 “편곡에 대한 지분이 굉장히 낮다. 포크나 발라드와 같은 장르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 음악인 댄스나 힙합 이런 거는 트랙 편곡이라 불리는 제작이 굉장히 중요한데 턱없이 낮다. 또 CD 판매는 편곡의 지분이 안 들어간다. 나중에 물어보니 원래 안 들어간다고 하더라”라고 저작권법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나 필터는 곧 “그래도 요즘엔 ‘소녀’ 덕분인지 내 이름 언급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감정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자기만족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이렇게 멋있게 탈바꿈 시켰다고 할 수 있고,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는 알아주고 하니까 괜찮다”라고 웃으며 위안을 삼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적당히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필터는 “(목적은)노래 좋게 만들자 하나니까, 정해진 주제에 맞게끔 내 앨범에 들어가는 노래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한다. 쉽게 가려면 쉽게 갈수 있다. 원하는 사운드나 색이 있으니까 연주자들 섭외해서, 주위에 데모 사운드 들려주는 일일 수도 있다. 결국 남의 앨범을 하는 거니까. 그래도 그 아티스트의 색깔도 잘 표현하면서도 내 이름 걸고 하는 거니까 내 노래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이 참여하는 작업물에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일부 음악애호가들은 아이돌 가수들의 작곡에 대해, 한 두마디 멜로디를 제외하며 사실상 편곡자가 다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필터는 “마냥 그런 것도 아닌 게, 멜로디 감각이 뛰어난 가수들이 많다. 원석이 좋아야 가공도 예쁘게 나온다”라고 무조건적인 평가절하는 지양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확실히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져서 쉽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오히려 그만큼 쉽게 접하게 되니까 예전보다 더 다양한 장르에서 유니크한 아티스트도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옛날 음악에 비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그냥 과거에 대한 향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음악 제작과정도 많이 변했고, 요즘 음악은 요즘 음악대로 훌륭한 음악이 많다고 생각한다. 제작이 쉬워져서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니 그걸 맞추는 게 힘들어진 거 같기는 하다. 그래도 옛날 음악은 옛날대로 좋고, 요즘은 요즘대로 좋다”라고 덧붙였다.
그럼 이제 필터가 만들 음악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들어볼 차례다.
쏟아지는 일거리 때문에 정작 자신의 앨범을 작업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필터는 “지지부진하지만 조금씩 하고 있긴 하다”라고 말했다.
또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플래닛쉬버에 속해있는 만큼 필터 역시 EDM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의외로 그는 “원래 올라운드로 장르 구분 없이 음악을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플래닛쉬버를 하게 됐는데, 기본 베이스가 EDM은 아니다. 하고 싶었던 음악 중 하나였고, 뜻이 맞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하는 거다. 근간이 되는 음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필터는 “난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발라드라고 치부 할 수도 있는데, 약간 윤상 스타일의 같은 음악을 동경해왔다. 윤상의 ‘클리셰’ 앨범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라고 자신의 성향을 밝혔다.
또 그는 “(솔로앨범은)연주음악은 아니고 노래까지 다 들어있는 트랙으로, 만들고 있다. 토이나 공일오비같은 포메이션이 될 듯하다”라고 말했고 이에 편곡을 해준 보컬들을 피처링으로 쓰면 되겠다고 하자 “사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외주를 많이 했다. 열심히 기반을 닦고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특별히 같이 하고 싶은 보컬이 있는지 묻자 “같이 하고 싶은 친구들은 많다. 마음 같아선 아이유도 하고 싶고 악동뮤지션의 수현, 홍대광도 같이 해보고 싶고, 태연도 좋다. 마음만 그렇다. 아무래도 솔로로 성공한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다”라고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기를 희망했다.
솔로앨범의 발매시기를 겨울로 잡고 있다는 필터는 “편곡은 올라운더가 돼야하지만 솔로는 평소 내가 하고 싶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 들어보면 아메바컬처 맞나 할 수도 있다. 아직 미니가 될지 앨범이 될지 포맷은 안 나왔으나, 빠른 시일 내에 들려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더불어 필터는 “편곡도 대중들이 즐겨듣는 음악에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이 대우받았으면 한다”라고 편곡자에 대한 관심과 처우 개선도 함께 기원했다.

사진=아메바컬쳐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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