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박준태.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23경기 7골 활약 ‘인생역전’
박준태(27·상주상무·사진)는 어려서부터 워낙 개인기가 출중했다. 2009년 울산현대에 입단한 뒤 ‘울산 메시’, ‘박메시’란 별명을 얻은 것도 그래서였다. 고려대 시절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의 앞날은 거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야말로 ‘반짝 스포트라이트’였다. 입단 첫 해 고작 7경기에 출전한 뒤 이듬해 내셔널리그 현대미포조선에 6개월간 임대되기도 했다. 그 후 다시 인천 유나이티드(2011∼2012년), 전남 드래곤즈(2013∼2014년)를 거쳤다. 4년간 두 팀에서 거둔 성적은 80경기 출장에 9골.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잊혀지는 선수가 되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형, 아직도 축구해?”라는 후배의 전화를 받곤 큰 충격에 빠진 적도 있다.
그래서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상주상무 입대였다. 2014년 12월 15일 군복을 입으면서 ‘부활이라는 이름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했고, 시간을 쪼개가며 동료들보다 더 열심히 볼을 찼다. 과욕이 화를 부른 것일까.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3차례나 파열되는 아픔을 겪었고, 결국 2015년에는 고작 2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 시즌 후 처음으로 ‘포기’란 단어를 떠올렸다. 경기감각은 점점 더 떨어지고, 나이는 들어가니 ‘안 되겠다’는 좌절감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며칠간 고민한 끝에 ‘그래 내년 한 해 더 해보고 안 되면 깨끗하게 유니폼을 벗자’고 마음먹었다. 그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바닥을 경험해서인지 두려울 것이 없었다. 미친 듯이 볼을 찼다. 새로 부임한 조진호(43) 감독은 그의 성실성과 함께 잠재돼있던 출중한 개인기에 주목했다. 5월부터 차츰 출장시간이 늘었고, 6월 15일 제주 유나이티드전부터 7월 17일 포항 스틸러스전까지 7경기에서 무려 6골을 몰아치며 무섭게 폭발했다. 27라운드까지 진행된 올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23경기 출전에 7골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경기에 나설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꿈 꿀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박준태는 9월 14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28일 홈에서 열릴 수원삼성과의 28라운드가 상주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 감독님을 만난 덕분에 다시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꿀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다”는 그는 “주변에서 나보고 (군대에) ‘말뚝 박으라’고 할 정도다. 상주에서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했지만, 상주에서의 2년은 내 축구인생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훌륭한 감독님, 좋은 동료선수들과 함께 뛴 올 1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전남 맨’으로 되돌아가 다시 녹색그라운드를 누빈다. “무엇보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박준태는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선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