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성,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리즈시절’

입력 2016-08-29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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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식어 없이 누군가에게 ‘김현성을 아느냐’라고 물으며 어떤 이는 교수로, 어떤 이는 작가로, 또 어떤 이는 감독으로 기억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대답은 당연히 ‘가수’일 것이다.

‘소원’, ‘이해할게’, ‘Heaven’ 등으로 2000년대 전성기를 누린 김현성이 다시 가수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딱히 ‘슈가맨’에 소환당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또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가수였던 김현성은 2016년 6월 ‘소식’과 8월 ‘리즈시절’의 신곡을 발표하면서 본업인 가수로 귀환했다.

가끔 90년대, 2000년대 가수들의 귀환을 색안경 끼고 보는 이들은 추억팔이식 반짝 이벤트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김현성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김현성의 이번 신곡들은 ‘더 레드(THE RED)’라는 이름의 하의 연작 시리즈로, 이후 김현성은 두곡을 더 공개한 뒤 앨범 형태로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

게다가 김현성은 지난 5월 김정훈과 합동 콘서트를, 또 8월 27일 부터는 소극장 콘서트 ‘우리가 사랑한 시간’을 진행하고 있어 완전히 가수로 돌아왔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현성 본인도 “일단 활동부터가 티 나게 하는 거 같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다운 노래를 성실하게 꾸준히 하려한다. 콘서트도 계속해서 하고... 롤모델이라고 하면 이승환 선배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뒤를 이을 수 있는 공연 잘하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타진해보고...중요한건 나의 의지인 거 같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독보적인 미성과 감수성을 지닌 김현성의 귀환은 꼭 팬이 아니라도 가요계를 통틀어도 당연히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일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걱정이 되는 건 김현성의 현재 목 상태이다. 알려진 바대로 김현성은 과거 제대로 노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목상태가 나빠진 적이 있어, 지금의 상태에 대한 걱정과 궁금증이 따라붙고 있다.

이에 김현성은 “목상태는 예전에 비하면 괜찮다. 공연 계속하면서 많이 회복이 됐다. 완전히 한창 때 같지는 않아도 지금 나이에 맞는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본래 타고난 목소리는 여전히 갖고 있다. 어디가 확 고장이 난건 아주 예전의 얘기다. 노래를 안 한 시간이 있어서 몸이 적응이 안됐던 게 있었는데, 콘서트를 하고 녹음을 하면서 좋아졌다. 나 같은 경우 꾸준히 노래를 하니까 좋아지더라”라고 목소리에 대한 걱정을 잠재웠다.

다만 스스로 말했듯이 한창때 부르던 노래와 지금 부르는 노래의 차이는 존재했다. 김현성은 “예전 노래는 노래마다 (부를 수 있는 게)다르다. ‘Heaven’ 같은 경우도 부르면 부를 수는 있는데, 힘들다. 키를 낮추고 부르면 부를만하다. 보통 남자들 음역대가 됐다. 예전같은 고음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김현성은 스스로가 지금 현재가 ‘리즈시절’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성은 “이번 곡의 제목이 ‘리즈시절’인데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 아니다. 지금이 나의 리즈시절이라고 한 거다. 솔직한 내 생각이다. 어릴 때와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도 명확해지고, 글도 쓰고, 노래도 하고, 무대의 소중함이나 노래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성숙하게 활동하고 즐겁고 기대되는 마음이 있다. 내가 21살에 데뷔했는데, 뭘 알았겠나. 그냥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을 많이 따랐다. 지금은 오히려 내가 원하는 걸 잘 펼칠 수 있는 시기이다”라면서 지금 무대에 오르고 노래하는 이순간이야말로 김현성의 진짜 ‘리즈시절’이라고 밝혔다.

현재 ‘리즈시절’을 보내고 있으니, 김현성 본인부터가 매 무대에 대한 정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거기다 15년간 김현성의 콘서트를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예의이자 고마움이 담겨 있기도 하다.

김현성은 “콘서트 준비를 엄청나게 했다. 영상부터 해서 포스터 콘셉트, 제목 다 내가 신경을 쓰고 작업을 했다. 콘서트 같은 경우 기다려준 팬들에게는 15년만의 단독 콘서트다.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의리도 있고 같이 만들어가는 콘서트가 됐으면 해서 이벤트도 많이 준비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또 김현성은 “깜짝 놀란 게, 예전 팬들이 그대로 다시 찾아주시더라. 그리고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더 열광적으로 좋아해주고, 적극적이다. 원래 우리 팬들은 수줍어하는 그런게 잇었는데 이제 아줌마가 돼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돌 팬 못지않게 열성적이다. 스스로 자동차에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고, MD상품을 직접 만들고 그런다”라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재미있는 점은 갑자기 해외 팬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김현성은 “막상 내가 활동할 때는 해외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팬과 중국팬도 생기고 해서 신기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팬 증가의 한 이유로는 ‘슈가맨’의 출연도 분명 한몫을 했다. 김현성 역시 ‘슈가맨’의 출연이 어떤 계기가 됐음을 부인치 않았다.

“사실 방송에 나가면 내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고, 내가 보여주려는 이미지와 다를 때가 있어서 ‘슈가맨’도 두 번이나 정중히 고사를 하다 나간거다”라고 입을 연 김현성은 “결국 나갔는데, 반응이 내가 예상했던 거보다 좋게 봐주고, 생각지도 않게 동안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때 그 방송을 하고 (김정훈과)콘서트도 하고, 단독 콘서트까지 하게 됐다. 지금에 있어서는 고마운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김현성은 ‘슈가맨’에 출연한 가수들에게 으레 따라붙는 ‘레전드’라는 수식어만큼은 손사래를 쳤다.

“알다시피 요즘은 레전드라는 어휘가 인플레이션이다”라며 웃은 김현성은 “나도 인플레이션의 한 부류인 거 같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런 호칭에 어울리는 사람일수도 있지만, 아직은 덜 검증된 사람이다. ‘레전드’라는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저 사람은 진짜 레전드지’하는 사람이 있긴 있다. 그렇게 보면 나는 모자라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현성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확실한 목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김현성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신곡을 내고, 미니앨범으로 모아서 내려는 생각이다. 내년쯤 되면 음반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목표로 가진 게 정규 7집이다. 요즘에는 예전처럼 히트곡이 많은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 노래를 하나 갖는 건 특별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평생 동안 그 사람의 기억에 각인된 노래. 한 시대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지 않나. 그런 곡을 하나 내고 싶다. 쉽지 않은 건 안다. 또 단순히 음원이 히트를 해도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의 목표이고 그런 곡이 있으면 있다고 생각한다. ‘Heaven’이나 ‘소원’ 같은 곡이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활동을 하는 이유는 ‘과거에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요’라고 알리기 위해 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의 나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 이런 노래를 만드는 게 나의 의무이자 책임감 같은 거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가수로서의 확실한 목표의식을 밝혔다.

목적지가 확실하니 걸음걸이에도 망설임이 없다. 김현성은 지금의 자신에게서는 과거의 김현성이 아니라 지금 있는 모습그대로의 김현성을 보아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성은 “내가 활동을 하면서 많이 메워야 하는 거 같다. 메운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의 노래를 좋아할 수도 아닐 수도 있고, 공연을 하고 활동을 하면 할수록 예전 노래가 돌아오는 측면도 있다. 사실 활동을 주저했던 이유 중 하나가, 예전같이 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예전 같진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걸 들려드리자. 싫어하면 어쩔 수 없지만 계속 노력하면서 차근차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싶었다”라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에 리즈시절도 그렇고 중견가수인 내가 가요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르게 있지 않나 싶다. 이제는 조금 더 개인적인 메시지를 담아서 노래를 하려한다. 예전에는 이별노래를 불러도 불특정다수에 대한 상업성을 목표로 한 이별노래였다면, 앞으론 내가 하고 싶은 노래, 내 이야기가 담긴 노래가 될 거 같다”라며 “‘리즈시절’도 그 노래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 현재 노래하고 있고, 최고의 가수는 아닐지라도 현재 대중 속에서 새로운 노래를 하고, 만날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예전의 내가 아니어도 좋아. 오늘의 내 모습도 나인걸’은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가사로 쓴 거다. 예전만큼 활발하게 노래하지 못해도 그대로의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김현성의 새로운 ‘리즈시절’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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