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달리다…울려퍼진 ‘아리랑’

입력 2016-09-08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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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MC 송해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직접 어루만진다.

송해는 KBS1 추석특집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을 통해 군함도부터 백두산까지 한국 근현대사 아픔을 고스란히 안은 채 살아온 동북아 3국 한인들의 한 많은 유랑의 역사를 안방까지 선사할 예정이다.

동포들을 만나러 가는 긴긴 여정, 그 첫 출발을 위해 송해 선생과 만난 곳은 뜻밖에 부산항이었다.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그곳을 굳이 뱃길로 가고자 했던 것은 선조들을 기리고자하는 마음이었다.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 돼 일본으로 떠났던 뱃길, 그리고 그 위에서 송해는 눈물로 고향과 가족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을 떠올렸다.

일본 일정을 계획할 때 송해는 군함도를 꼭 방문하고 싶어했다. 군함도는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0년대에만 약 800여명의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지옥섬이라 불리는 곳이다. 고된 착취와 노동의 역사는 숨긴 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송해는 군함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무거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지하 1000m가 넘는 해저탄광에서 하루 12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고향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사람들,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듯 송해 선생은 '나그네 설움'을 노래했다.

일본에서 마주한 아픈 역사는 또 있었다.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는 떠날 수 없었던 지옥의 섬,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던 단 한 번의 기회이기도 했던 사건이었다. 1945년 8월 9일 굉음과 함께 나가사키의 하늘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 바로 원자폭탄이었다. 우리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 총 69만명 가운데 조선인은 약 7만 명으로 추정된다. 폭탄의 피해를 직접 받은 것은 물론 원폭 투하 이후 도시 복구 작업에까지 투입되어 방사능에 노출된 조선인들. 나가사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권순금(91세) 할머니 역시 원폭 피해자로 수십여 년을 살아왔다. 송해 선생과 한국 제작진들의 방문에 환하게 웃어보였던 할머니는 한국인들을 보면 고향 사람을 만난 듯 반가워했다. 대한민국 여권을 가슴에 간직하고 평생을 살아 온 권순금 할머니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송해도 함께 울었다.

다음 여정은 오호츠크 해에 위치한 러시아의 유일한 섬, 사할린이었다. 불과 150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중죄인들이 갇혀있는 사람의 온기는 찾기 힘든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는데 이름도 낯선 이 땅에는 우리가 잊었던 역사가 서려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로 다시 홋카이도를 거쳐 사할린까지 따뜻했던 가족의 품을 떠나 얼어붙은 땅에 도착한 조선인들은 탄광에서, 조선소에서 밤낮없이 일해야만 했다. 경북 경산에서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윤덕 할아버지(94) 역시 아픈 역사의 주인공이다. 김 할아버지는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몇 십 년을 무국적자로 살아가고 있다.

사할린에서 송해 선생의 마음을 무겁게 한 곳은 코르사코프 망향의 언덕이었다. 마침내 맞이한 조국의 광복, 사할린으로 끌려와 강제노역에 부역하던 한인들은 드디어 고향에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모두 코르사코프항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배를 탈 수 있는 건 오로지 일본인 뿐이었다.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정신없었던 조국 또한 한인들의 돌보지 못했고 여름, 가을이 가고 혹독한 추위가 찾아올 때까지 항구를 떠나지 못했던 이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통곡과 울분이 잠든 땅, 코르사코프 망향의 언덕, 한 맺힌 삶들을 위로하는 송해 선생의 노래가 바다로 하늘로 향했다. 낯선 땅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의지와 집념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사할린 한인들을 위해 송해 선생은 사할린 일정에서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사할린 한인들에겐 고향이자 부모의 품 같은 의미라는 사할린 방송국을 찾은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60년의 세월 동안 부모세대에게는 그리운 고향 소식과 우리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 자식세대에게는 당당한 한인들의 모습을 알리고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해주는 창구가 돼줬다는 사할린 우리말 방송국. 카메라 앞에 선 송해 선생은 대한민국의 대표로 사할린 한인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 목적지는 두만강, 백두산이었다. 중국에도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후손들이 있다. 중국 길림성의 작은 마을인 정암촌에선 한국 시골마을을 옮겨놓은 듯 정겨운 모습이 느껴진다.우리와 같은 음식을 먹고,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여전히 대한민국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고향에서 온 손님들 반기듯 송해 선생과 함께 고향 이야기를 나누고 고향 노래를 부르며 어울렸다.

중국 일정 중엔 송해의 발길을 잡았던 곳이 유독 많았다. 그 중 한 곳이 두만강이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시간마저 다르게 흐르는 것 같은 곳 지금까지의 모든 여정에서 담담한 심경으로 동포들을 위로하던 송해 선생은 고향땅을 지척에 두고 꾹꾹 삼켜왔던 애통함을 터트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고향땅 앞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눈물로 시간을 보냈을지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 어머니를 그리는 아들로 두만강에 선 송해는 어느 때보다 구슬프게 '눈물 젖은 두만강'을 노래했다.

한반도의 가장 높은 땅 백두산에 도착한 송해. 바다를 건너 대지를 달려 드디어 천지와 마주한 송해는 통일을 꿈꾸며 한민족의 힘을 북돋우며 부른 노래 '아리랑'을 선곡해 기쁨을 나눴다.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동포들의 이야기,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8000km를 달렸던 송해와의 여정은 오는 9월 14일 저녁 7시 25분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KBS '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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